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드루킹의 편지 내용에 대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드루킹의 편지 전문을 실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드루킹은 A4용지 9장 분량의 편지를 조선일보에 보냈고, 조선일보는 18일자로 편지 전문을 요약해 공개했다.

드루킹은 편지에서 2016년 10월 파주의 사무실로 김경수 후보가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매크로 시연 장면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크로 사용에 대해 허락을 요청했고, 김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김경수 후보도 매크로 사용을 알았기에 댓글 조작의 주범 혹은 공범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특히 드루킹은 검찰의 수사 축소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당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후보를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는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 5월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5월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김경수 후보는 18일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는 조선일보에도 “이렇게 마구 소설 같은 얘기를 바로 기사화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검은 거래까지 제안했다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뻔한 얘기를 바로 기사화한 조선일보는 같은 한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저는 경찰 조사도 먼저 받겠다고 하고 특검도 먼저 주장했다. 거리낄 게 있다면 그러고서 선거에 나선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드루킹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드루킹을 수사한 검찰도 발끈했다.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녹음했던 검사와 대화 내용까지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1면.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1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는 18일 보도자료로 검사와 드루킹의 면담 과정과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검찰은 지난 11일 드루킹이 검사와 면담을 요구한다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았고 14일 50분 동안 임아무개 검사가 드루킹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드루킹이 면담에서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하여 검사님께 폭탄 선물을 드릴테니 자신의 요구조건을 들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루킹은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에 썼던 것처럼 김 후보에게 매크로를 사용하겠다고 사전에 말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자신과 경공모 회원에 대한 수사 확대와 추가 기소를 하지 말고 재판을 종결해 석방시킬 수 있게 해줄 경우 김 후보의 범행가담사실을 증언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 축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경찰에도 그런 지시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드루킹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17일 경찰 조사에서 폭탄진술을 하고 조선일보에 밝히겠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면담 직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 대장에게 면담 내용을 알려주고 예정된 17일 조사를 진행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면담 과정을 밝히면서 드루킹의 주장한 편지 내용 중 “5월14일 다른 피고인 조사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라고 지시했다”는 대목도 “전혀 사실 무근이다. 5월14일 다른 피고인을 검사가 조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5월14일 드루킹과의 면담 상황은 모두 영상 녹화 및 녹음한 바 있고, 향후 필요시 녹음파일 내용을 공개할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결국 드루킹은 자신과 경공모에 대한 수사축소 요구를 검찰이 거부하였음에도, 마치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려고 하였다는 허위주장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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