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째 경기도 남양주 종합촬영소(영화진흥위원회 산하) 시설을 관리하는 권영필씨(52)는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해고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4월 용역업체 노동자 37명 중 3분의 1이 해고위기에 처했다. 내달 초 계약이 만료되는 안내직원 6명, 셔틀기사 1명, 청소노동자 4명이 ‘갱신이 어렵다’고 통보받았다.

이유는 체험관람시설 폐쇄였다. 촬영소는 내년 10월17일 부영에 매각 완료될 예정이므로 기재부가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씨는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상당수가 5년, 7년, 14년씩 장기 근속할 정도로 상시·지속 업무를 해왔다. 촬영소는 이들에게 폐쇄 한 달 전에서야 폐쇄 사실을 통보했다.

촬영소에 해고 공포가 팽배하다. 모두 6~7월 내 계약이 끝나는데도 촬영소는 정규직화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용역노동자들은 해고를 우려해 3월 말 노조를 결성했다. 한두 달 후 계약이 만료되는 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곧 계약갱신 불가 통보를 받을 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 권영필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영화진흥위원회 비정규직 분회장이 지난 5월14일 청와대 앞에서 부당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권영필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영화진흥위원회 비정규직 분회장이 지난 5월14일 청와대 앞에서 부당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 진행율이 41%를 넘겼다고 발표했지만 이면에선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정규직화 논의 직전에 사업 폐지, 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고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노력도 하지 않고 해고를 강행한다. 정부 정규직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0월부터 해고논란이 불거졌다. 계약기간 2년이 도래한 마사회 문화공감센터 파견매니저들이 계약해지됐다.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2년을 초과할 경우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고용의제를 피하려고 비정규직을 해고(계약해지)하고 있다. 마사회는 주 4일 열리던 문화센터 강좌도 주 2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마사회 문화공감센터는 지역사회 기여 및 화상경마장의 이미지 제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파견매니저는 지난 2015년부터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목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각 지역 장외지사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강좌 운영 등의 업무를 관리해왔다. 계약해지로 현재 남은 파견매니저는 30명 중 10명 남짓이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사무국장은 “파견매니저는 가이드라인 상 정규직화 대상이고 상시·지속적 업무를 맡아왔고, 일부 문화센터는 강좌가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고용 승계를 해야 함에도 사업폐지를 명목으로 정규직화 대상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지부는 20~30개 강좌가 유지되는 곳이 17군데에 달한다며 현재 계속 근무를 원하는 파견매니저 14명을 계속 고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 지난 5월1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부 책입 촉구 및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지난 5월1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부 책입 촉구 및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사업폐지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 조건의 하나로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업무’를 두고 있다. 공공기관이 이를 피하려고 아예 사업 자체를 폐지·축소해서 고용 의무를 피해가고 있다. 

정규직화 논의 전 기간 만료로 그만두는 비정규직 현황은 명확히 추산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미리 제외됨에 따라 정부 정규직화 전환 실적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어느새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고 각 기관은 관리 편의와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기관이 최대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도록 제대로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3월 기준 파견·용역 정규직화 목표 인원 10만2581명 중 41.2%인 4만2242명이 전환 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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