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9호선은 대부분 4량 열차다. 출·퇴근 때마다 승객들에게 ‘지옥철’이라고 비난 받지만 6년 동안 그대로다. 승강장 크기는 최대 8량으로 만들어져 있다. 승객 불편이 쇄도하는데도 왜 차량은 안 늘릴까. 지하철 노동자들은 답을 민자 교통사업의 폐해에서 찾는다.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가칭·이하 공공교통네트워크)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정당 후보에게 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한 9대 정책의제를 제안했다.

▲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가칭·이하 공공교통네트워크)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18 지방선거 공공교통 정책의제 제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가칭·이하 공공교통네트워크)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18 지방선거 공공교통 정책의제 제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교통 공공성 강화가 중요한 이유로 교통네트워크는 “교통정책은 이동수단을 공급하는 정책을 넘어 생활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기본적 사회서비스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통네트워크는 “기존 교통재정구조를 공공교통 중심으로 개편하고, 수익자 요금부담원칙에서 이용자 요금보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교통요금이 높아지면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사실상 요금인상에 따른 경영개선 효과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요금이 계속 오른다”면서 “공공교통비 부담율은 소득이 낮을 수록 높은데, 시간이 갈수록 저소득층에게 더욱 큰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영화는 주요 의제 중 하나다. 9호선 ‘개화~신논현’ 구간 사업자는 민간업체 ‘(주)서울시메트로9호선’이다. 적자 발생시 서울시는 이 회사에 비용을 보전한다. 이 회사는 열차 관리·운영을 다시 ‘(주)서울9호선운영’에 넘겨 매년 700억 원 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한다. 서울9호선운영은 이 수익 중 연 평균 33억 원 가량을 주주에게 지급해왔다. 주주는 프랑스계 회사 RDTA(RATP Dev Transdev Asia) 등 해외 업체다.

김시문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장은 “서울시 재정과 시민들 요금수익이 민간 자본에 이윤으로 막대하게 빠져나가지만 투자는 없다”며 “9호선은 어린이, 노인, 임산부는 출·퇴근 시간에 절대 타선 안될 ‘지옥철’ 호선이고 최소 인력도 안되는 직원들이 휴게실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민자교통사업의 원칙적 금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민자사업은 신규인력 충원을 억제하고 운영재투자 부담으로 인해 시설투자 미비 경영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을 직영으로 통합하고, 다른 지역 민자경전철 사업도 공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서울메트로9호선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 조합원들이 2017년 11월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서울메트로9호선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 조합원들이 2017년 11월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버스공영제는 정의당·민중당 등 2개 원내정당이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재정부담과 방만경영 등의 문제가 있다며 현행 준공영제 보완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시를 포함해 7개 시는 준공영제를, 나머지 시·도는 대부분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민영 버스사업자에게 수백억 원 내지 수천억 원 가량을 지원하고도 시의회 등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탈법적 사익추구 △만연한 위법·비리 △열악한 노동조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각 당에 “버스공영제 통합 운영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광역지자체 산하의 버스공기업 설립, 지하철공사의 마을·지선버스 통합 운영, 버스직영 확대를 위한 기준인건비와 총 정원제 개선 등 다양한 버스 공영제 모델을 지역 특징에 맞춰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사회적 약자 지원책과 관련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시내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를 강조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전국 보급률은 2016년 7월 기준 19%로 시내버스 3만3887대 중 6447대에 불과하다.

교통정책이 시민안전정책이자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이 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2016년 구의역 사고의 교훈을 강조하며 “기관, 시, 안전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하는 노사민정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최저가 낙찰제, 외주화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해 △교통량 감축 목표 설정 및 도심 주차면 제한 등을 통한 강력한 교통 수요 억제 △불필요한 경전철 계획 폐기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통한 트램 확대 등이 제시됐다.

관건은 예산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혼잡통행료, 경유세, 대기오염분담금 등의 세금을 ‘도로를 까는데’ 쓰지 말고 공공교통 요금 보전에 쓰면 된다. 한국은 대중교통의 요금의존율이 60%를 넘지만 외국은 20~30% 수준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장 분석 결과, 자가용 이용자가 하루 평균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은 혼잡비용 1만2027원, 대기오염비용 693원, 사고비용 192원으로 총 1만2912원이 들었다. 반면 차 한 대 당 하루 평균 세금은 2080원이었다. 차액 1만832원이 발생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정확한 교통요금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항목과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항목을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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