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창간 23주년과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국회 교섭단체 4곳 의원들에게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과연 언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물었다. 각 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현 정부의 ‘언론적폐’ 청산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지만, 바뀐 정부에선 언론 정책 등 제도뿐만 아니라 여론 환경도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데엔 입을 모았다. 권력, 독자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언론을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을지 해법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박용진 “문재인 정부 들어 삼성 보도에 용기 내고 있다”

“기자들이 삼성관련 기사 많이 쓰지 못하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관심 가져주고, 데스크를 잘 설득해주길 바랍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차명계좌 문제 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할 때 한 말이다. 박 의원은 올 2월 펴낸 ‘재벌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라는 책에서도 재벌 대기업들이 광고비를 무기로 언론의 논조를 쥐락펴락해왔다고 언급한다. 그는 언론이 왜 재벌 대기업들을 비판하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이런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지만, 박 의원은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언론도 대기업 비판에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보도로 SBS가 지난 3월 ‘삼성 경영권 승계와 에버랜드 땅값’ 연속 보도를 한 사례를 꼽았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의원은 “3~4일 동안 여러 꼭지에서 거의 20분 동안을 통으로 보도하는 데 정말 놀라웠다”며 “SBS가 삼성과 맞장 뜬 보도인데, 스스로 용기를 가지면서 다른 언론에도 용기를 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SBS의 보도를 여러 언론이 받아쓰고, 이후 경쟁적으로 삼성 보도를 했다”며 “사실 이런 문제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것인데, 못 보던 보도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미세하지만 언론이 재벌 대기업을 비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정권이 바뀐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촛불혁명 이후 많은 사람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경제권력 지배에 저항하고 있다고 본다”며 “기자들도 이런 환경에 용기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렇듯 박 의원은 언론이 정치권력의 압박보다 경제권력의 압박을 이겨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한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영화 ‘1987’만 보더라도 총칼로 사람들을 억압하면 기자들은 움직인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자본과 상업 광고로 언론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보수정권 아래서 정치권력에 눌린 언론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며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있는 것도 언론이 정치권력에 장악되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봤다. 박 의원은 “지난 9년 동안 보수정부에 의해 왜곡된 언론환경, 특히 언론사의 지배 구조나 사주의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행한 단기 처방이 일정한 성과가 있다고 본다”며 “이전 정권의 낡은 인적 문제를 인적 청산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공영방송 문제에 있어 아직 숙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언론사가 진보든 보수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휘둘리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시대 국민의 시대정신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라며 “언론이 정론보도를 할 수 있도록 언론사가 구조적으로 안정된 지배 구조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문재인 정부 이중적 언론관이 문제점의 출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큰 축은 ‘방송장악’과 ‘여론조사 조작’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당은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문제제기해 왔다. 한국당 측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지난 4월9일 공식출범하고 이를 중심으로 여론조사 기관 등을 비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방송장악’에 대한 비판은 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MBC와 KBS의 정상화 과정에서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정권의 입맛대로 공영방송 이사들을 임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대출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문 정부의 언론정책은 “기본적으로 정책에 이중 잣대를 대는 것이 문제점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며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데 진실과 정의도 정파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정파나 이념과 관계없이 진짜 국민의 편에서 판단이 이뤄지고 진실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 정권에서는 ‘진실보도’라는 말 자체가 늘 정치적·정파적·이념적으로 이용되는 소재가 된다”며 “언론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서 이중적인 언론관이 생겨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기본적으로 이런 이중적 관점에서 출발하면 이전 정권의 방송은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들의 방송장악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언론관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 내에서 왜곡된 방송관이 드러난 사례를 들라고 하면 너무나 많아서 사례를 들 수가 없을 정도”라며 “지난 1년 동안에 문재인 정권의 방송 장악 사례를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기자 눈에는 다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특히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을 축출하고, 이사진을 강제 축출해서 새로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사진을 구축하는 그 과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 과정에서 불법과 월권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언론들 역시 이중 잣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어떤 상황을 보도할 때, 정파적인 부분을 떠나 객관적으로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언론도 미흡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언론이 특정한 어떤 관점을 갖는 것은 자유인데, 그 관점과 반대되는 관점의 독자들이 기사를 읽었을 때도 정당한 내용의 비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언론 관련 법안을 물으니 박 의원은 “법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법으로 강제할 수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보완은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중 잣대를 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언론이 기울어지면 국민이 불행해질 수 있다”며 “스스로 봤을 때 언론환경 자체가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문 대통령, 언론장악보다 여론조작 부추겨”

“문재인 정권이 언론장악을 시도할 것 같진 않다. 외려 문제는 친문 행동주의(activism)다. 문 대통령이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부추긴 면이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여당이 지난 보수정권 때처럼 방송장악을 할 것이라는 당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를 비판하는 진보 매체들까지도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으며 휘둘리는 풍경이다.

하 의원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매체는 적폐언론으로, 한겨레·경향·오마이 등 진보 매체는 준 적폐언론으로 취급하는 여론의 분위기는 언론에 대한 ‘신(新)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자기 진영이 믿고 싶은 사실만 받아들이면 균형 있는 공론 형성이 안 되고 파당밖에 생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 그 언론을 향한 집단적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국민이 사법부를 너무 심하게 공격하면 압력을 느끼고 양심적 판결을 못 하듯이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기사 쓸 수 있는 환경을 권력도 독립성을 보장해 줘야 하지만 국민도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매크로 등 동원이 아니라면) 언론을 향한 국민의 조직적 공격이 불법은 아니지만 좀 자제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도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 발의한 방송법 개정 약속을 여당일 때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일 때 목소리가 여당일 때 다른 게 소모적 정치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1년 언론 정책과 관련해선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지지자들 때문에 기사 쓰기가 힘들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 좀 담담하게 생각하고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런데 이번 ‘드루킹’ 사건을 통해 확인됐듯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허위 아이디로 만든 조작된 여론일 수 있어 문 대통령이 그걸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답변 안 했을 것”이라며 “거기다 매크로를 동원한 공격도 있고 문자 폭탄도 조직적으로 할 수 있어 그런 행위를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부추긴 면이 있다. 이 정부가 대중의 여론도 조작될 수 있다는 면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평소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하 의원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일이었기에 언론이 국민의 관심과 수요에 부응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오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엔 언론이 더욱 균형감을 가지고 북한의 언론 자유와 억류자 문제 등을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하 의원은 “과거에 언론이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많이 써도 북한이나 정부 당국 아무도 사실 확인을 안 해줬지만, 이제 환경이 달라져 더 치열하고 엄격하게 취재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언론을 많이 신경 쓰는데 언론이 북한에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나가고 목소리를 내면 북한의 변화가 촉진될 거다. 언론이 김정은과 싸워야 북한이 점점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언론장악 피해자 코스프레 보수야당은 반성부터”

지난 촛불광장에서 국민의 3대 적폐 청산 요구 중 하나는 언론 적폐였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1년, 특히 지난 정권 공영방송에서 ‘부역자’로 불렸던 이들이 대거 물러났다. 정부·여당은 이를 ‘공영방송 정상화’ 개혁과제 이행이라고 했지만 일부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어서 방송법 개정 등 언론 개혁에 대한 입장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언론 탄압에 침묵하다 정권이 바뀌자 ‘방송장악’이라고 핏대를 세우는 다른 보수 야당들과는 결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 개혁을 지지하는 편인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언론장악을 주장하는 야당은 지난 10년간 주요 언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했던 정치집단”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과거 언론장악의 경험이 있는 보수 야당은 언론장악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질타했다.

추 의원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과거에 언론을 장악했던 당사자와 이를 사주했던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정치적 공세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언론장악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 사진=김현정 PD
▲ 추혜선 정의당 의원. 사진=김현정 PD
정의당이 정권의 언론장악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우선 공영방송 이사회부터 정치권의 추천을 배제하고 국민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여당 측 추천 이사 다수의 승자독식 구조에서 과거 정권이 낙하산 사장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한 제도적 문제를 그대로 둬서는 공영방송을 정치적 외풍에서 보호하기 어렵다는 게 정의당의 지적이다.

추 의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위해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가 이사 후보들에 대한 공개 면접을 거쳐 추천하는 방식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파행은 모두 정치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는 정치권이 독점·남용했던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그동안 오로지 정당에 복무하고 정치집단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대변하는 사람이 이사가 돼 국민의 수준에 너무 못 미쳤는데 이제 이 간극을 없애는 게 촛불과 시대정신 반영하는 거라는 굳은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과제 완성은 아직 60% 정도밖에 안 됐다고 평가했다. 언론 정상화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 정부가 언론이 ‘감시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에 힘써야 하며 각 언론사 내부적으로도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지금 언론 적폐 청산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진행한다든지 국회가 입법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된 게 아니라 오로지 촛불 든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외려 시민의 요구를 제약한다거나 걸림돌 되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40%를 완성하는 길은 촛불개혁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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