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달라. 내가 무너지면 감리교회에 큰일이 온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감독회장이 지난 3월2일 기독교타임즈 이사회에서 한 말이다. 감독회장은 감리회 대표이며 감리회 교단 주간지 기독교타임즈 발행인이다.

위 발언은 ‘짐이 곧 국가’라던 중세 때 군주를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기독교 곳곳에선 목회자를 향한 비판을 기독교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당시 전 감독회장 리더십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지난 1월 법원은 2016년 감독회장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일부지역 평신도 선거권에 문제가 있었다 등의 이유였다. 또한 전 감독회장 측이 선거 과정에서 돈을 뿌렸다며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기독교타임즈는 금권 선거 의혹 등을 전하며 감독회장 비판에 나섰다.

감리회 측은 비판을 용납하지 않았다. 전 감독회장은 이사회에서 “(노조의 주장이) 일단 (다른) 신문에 안 나가니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송윤면 기독교타임즈 사장은 전 감독회장과 자신을 비판한 기자들의 징계를 건의했다.

지난달 13일 신동명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 분회장 등 편집국 기자 전원은 “업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등 중징계 받았다. 기독교타임즈분회는 이를 편집권 침해에서 시작된 언론 탄압으로 규정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법원은 지난달 27일 선거 무효·당선 무효소송에 따른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전 감독회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면 분쟁 소지가 커진다는 판단이었다. 기독교타임즈 분회는 전 감독회장 직무 정지를 환영하며 “무자격 전명구가 한 징계는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기독교타임즈는 왜 편집국 기자 전원을 징계했나]

기독교타임즈 해고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는 6명이 전부다. 그럼에도 이진성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4월1일자 기독교타임즈 첫 노보 기고에서 “노보 1호가 교계 신문을 대표하는 기독교타임즈 노조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제 교계 언론운동에도 새 지평이 열렸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분회가 감리회 권력을 견제할 유일한 존재라서다. 

감리회는 전국 130만명 넘는 성도, 6000개 넘는 교회를 감리회 본부에서 관할하는 중앙집권체제다. 일반 성도가 낸 헌금 중 수십억 원이 본부로 올라오지만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평신도는 거의 없다. 교단지인 기독교타임즈가 ‘비판지’가 아닌 ‘홍보지’로 전락하면 예산 승인권 등을 가진 감독회장 권한은 더 커진다.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는 4년마다 있다. 그때마다 감리회는 혼란에 빠졌다. 지난 2008년 감독회장 선거 때 문제가 발생하자 선거에 불복하는 세력이 나왔다. 급기야 서로 따로 선거를 진행해 감독회장이 두 명이나 선출됐다. 결국 법원이 나서 임시 감독회장을 선임하며 4년의 진통을 마무리했다.

기독교타임즈도 함께 위기를 겪었다. 직원들 임금이 4년간 체불됐다. 자연스레 비판 기능을 잃은 곳에 부패가 자랐다. 사내 전·현직 간부 명의로 된 차명계좌도 발견됐다. 신동명 분회장을 중심으로 2010년 노조를 만들어 사태를 해결했다. 이번 기독교타임즈 기자들 해고도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 감리회 내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작동하지 않으면 반복될 문제다.

개혁의 대상, 감리회

기독교타임즈 기자들은 비민주적 절차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전 감독회장이 추진한 ‘100만전도운동본부’는 감리회 내부법 ‘교리와장정’에 근거가 없는 조직이니 특별감사 대상이라는 내용의 기사, 2016년 감독회장 선거가 금권 선거였다는 증언을 전한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감리회 내부에선 감독회장 선거를 위해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감리회는 감리교신학대·목원대·협성대 등 크게 세 학교 출신으로 구분된다. 복수의 관계자는 선거 국면에서 학벌을 기반으로 내부 파벌 싸움이 거세졌다고 지적했다.

전 감독회장은 지난해 12월 ‘감독회장(발행인) 승인을 받아 신문을 발행하도록 하고, 기존 사장이 행사하던 기자들 징계 등 인사 권한을 감독회장(이사장)에 넘기는 내용’으로 내규 수정안을 만들었다. 사장에게 경영권, 편집국장에게 편집권이 있다고 규정한 교리와장정 취지에 배치되는 조치라는 게 기자들의 의견이다.

▲ 지난 4월14일자 기독교타임즈 지면 일부
▲ 지난 4월14일자 기독교타임즈 지면 일부

내부 비판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노조 혐오와도 연관이 있다. 기독교타임즈 관계자는 “기독교 내에 아직도 ‘노조는 빨갱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기독교 내엔 태극기 세력과 촛불 세력 비율이 뒤바뀌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기독교타임즈분회 활동으로 감리회 본부 내엔 노조 혐오 정서가 다소 줄었다는 평가다.

신 분회장은 미디어오늘에 “노조를 만들 때 ‘교계는 노조 필패’라며 주위에서 극구 말렸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기독교 기관지 중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했던 한국기독공보(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지) 노조는 4년 만에 해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문 역시 2003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6년 만에 해산했다.

신 분회장은 “초반엔 마귀, 빨갱이 소리 듣는 게 일이었지만 CBS 노조위원장을 지낸 분들이 격려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독교타임즈 노보에 변상욱 CBS 대기자(CBS노조 4대 위원장) 등이 지지 글을 보냈다. 변 대기자는 “저널리스트와 목회자는 아주 작은 불의와 탐욕에도 소스라치게 놀라야 한다”며 “나는 기독교타임즈 노조원들 편에 서고자 한다”고 했다.

기독교타임즈 내부 개혁

기독교타임즈는 일반 언론과 다른 규정이 있다. 감리회 본부 임금 체계를 참고한 결과 목회 경력을 기자 경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론상 기사 한줄 써본 적 없는 20년 경력의 목사가 입사할 경우 15년차 베테랑 기자보다 선배 기자가 되는 구조다. 목사와 장로만 사장과 편집국장 자격이 된다는 것도 특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엔 부장도 목사와 장로만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노조 요구로 이 규정은 사라졌다. 한 관계자는 “목사가 기자로 올 경우 더 잘 챙겨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분회장은 “편집국 직제에서 목사·장로를 아예 삭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더구나 사장은 2016년 이전엔 없던 자리다. 장현구 현 편집국장 서리 보가 편집국장으로 있던 2012~2016년 감리회 감독회장이 발행인을 맡았고 편집국장이 신문사 경영을 담당했다. 하지만 사장 자리가 만들어진 뒤 감리회 간부로 있던 송 사장이 이 자리에 왔다.

신문을 전혀 모르는 목사가 기독교타임즈 사장으로 오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송 사장은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나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이를 두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윤 감리회 총무는 “송 사장이 신 분회장을 데리고 일을 잘 하다가 사이가 틀어지자 장 전 국장을 데려와 기자들 통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기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온 관행도 개선 과제다. 이번 해고 사태에서 기자 4명은 정규직으로 ‘해고’ 됐지만 1명은 비정규직이라 ‘계약해지’ 됐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자도 다수였다. 객관적인 정규직 전환 기준도 없었다. 신 분회장도 2년여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 기자가 됐다.

기독교타임즈분회가 목소리를 낼 수 없던 현실도 있다. 법적으로 기독교타임즈는 감리회 본부 내 부서다. 기자들이 노조에 모두 가입해도 이들 노조가 약 70명에 달하는 본부 직원을 대표할 수 없다. 노사 협상이 불가능하니 기자들이 경영진과 언쟁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온 것이다.

신뢰 잃은 교단지

과거 기독교타임즈는 감리회 홍보지 색채를 보이기도 했다. 감독회장이 1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감독회장 등을 비판해 논란이 된 기사는 몇 건에 지나지 않는다.

▲ 기독교타임즈 지면
▲ 기독교타임즈 지면

일부 감리회 관계자는 기자들의 비판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방식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전 감독회장이 100만전도운동본부를 만들 당시나 감리회가 한 교회를 이단에 매각할 시기에는 문제 삼지 않다가 수개월이 지나 비판 기사를 냈기 때문. 감독회장이나 감리회 본부 홍보지 역할을 했던 기독교타임즈가 왜 이제야 ‘정론직필’을 하느냐고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뢰 하락은 교단지들이 극복해야 할 공통 과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내 한 단체는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가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에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공보 측이 “균형 있게 보도했다”고 해명했지만 세습 무비판은 교단지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가다.

기독교타임즈 기자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며 공정 보도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유일한 답이라는 입장이다.

신 분회장은 “기자들이 속한 공동체의 환부를 도려내고 드러내는 게 한국 교회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진성 CBS지부장은 “우리의 노동 운동은 밖으로는 공정 언론의 역할을 바로 세우고, 안으로는 정의로운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기독교타임즈 노보에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진리에 따르겠다는 분회원들의 당찬 외침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기독교타임즈 해고사태 앞날은?

지난달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기독교타임즈 기자 전원을 중징계하자 신동명 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장 등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갈등이 심화되던 중 지난달 말 법원은 전명구 감리회 감독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결정했다.

전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기독교타임즈 해고 사태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이 커졌다.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출을 앞두고 무려 후보 12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량 해고 사태에 우려를 표하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감리회 측에서 중징계를 결정했지만 동시에 타협 여지도 있다. 이용윤 감리회 총무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 신 분회장이 경영진의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정론을 폈던 기자” “강단있는 기자”라고 표현했다. 이 총무는 “일부 징계위원은 막상 해고 결정이 나오자 아파했다”고 전했다.

현재 전 감독회장에 제기된 당선 무효 소송은 판결을 앞두고 있고 선거 무효 소송은 1심 판결만 나온 상태다. 소송에서 감리회가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징계위원은 “징계위가 해고 당시 법적 검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이달 내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직무대행 성향에 따라 해고 사태가 상반기 안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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