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오는 23~25일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국 취재진을 초청했다.

실효성 논란과 별개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첫 조치로 평가된다. 북은 현장 조사와 검증을 맡을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았다. 핵실험장 폭파 현장은 녹화돼 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5국 취재진의 현장 취재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 문제는 북측과의 협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풍계리 현장 취재에 대해 “주무부처가 지금 준비 중일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주무부처는 외교부”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핵실험장 폐기 문제는 주무부처인 외교부 사안이기 때문에 외교부 출입 기자단에서 풀(pool)을 꾸리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5국 취재진이 초청되기에 사전 브리핑이나 현장 브리핑은 외국어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외국어에 능한 외교부 기자들이 취재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

다만 통일부와 국방부 출입 기자 등 다른 부처의 출입 기자단이 현장 취재진에 포함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 평양 초청 공연 때 정부는 현장 취재진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출입기자와 함께 통일부 출입기자를 포함시켰다. 평양 공연은 문체부 출입 기자 5명, 통일부 출입 기자 5명 등 모두 10명이 취재했다.

공연과 관련돼 있기에 주무부처인 문체부 출입 기자들이 현장 취재하는 것이 당연한데 통일부 출입기자를 포함시킨 이유는 오랜 시간 북측 인사를 파악해와서다. 평양 공연에 온 북측 인사를 파악하고 공연의 위상을 가늠하는데 아무래도 통일부 출입 기자들이 관련 배경 지식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도 현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통일부와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포함될 수 있다.

통일부 출입 기자단은 지난 2008년 이후 북측과 접촉이 끊기면서 직접 취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직접 접촉해야 하는 현장 취재거리가 늘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일행이 방남해 공연했을 때도 통일부 출입 기자단이 현장 취재했다.

통일부 출입 기자단은 특히 평양 취재가 가능할 때 미리 어느 매체 소속 기자가 현장에 갈지 미리 정해놨다. 일명 ‘평양풀’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같은 사안이 닥쳤을 때 현장 취재진에 포함되면 미리 순서를 정해놓고, 그 출입기자가 현장에 가도록 했다. 

▲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 취재는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욕심내는 현장이다. 국방부 출입기자 간사인 김관용 이데일리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주무부처는 외교부여서 그쪽 기자단을 중심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방부 출입 기자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등에 있어서 나름 전문성을 갖고 취재해왔기 때문에 (취재진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풀 순서는 이미 짜여져 있다. 취재진에 포함된다면 희망자를 받아 풀을 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외교부 출입 기자와 함께 핵과 원자력에 능통한 과학전문기자를 별도로 선정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북한이 취재진 초청과 관련해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도 있다. 4·27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해 16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진 초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과 관련한 내용은 논의 중이라 언제 결정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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