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은 하루 종일 스티로폼이 깔려 있었다. 스티로폼 위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앉았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총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한국당 소속 보좌진들이 스티로폼 위를 지켰다. 14일 2시 예정이었던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당이 이 본회의를 막는 이유는 ‘드루킹 특검 법안’과 의원 사직서를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다. 

지난 11일 9일간 단식 농성을 중단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이 28일째 국회 앞에서 특검을 요구하는데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며 “총칼, 물리력으로 야당 입 틀어막는 것만이 독재가 아니라 이렇게 협상을 걷어차는 행태가 독재”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회의원 4명의 의원직 사직처리 시한인 14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가로막고 비상의총을 열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회의원 4명의 의원직 사직처리 시한인 14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가로막고 비상의총을 열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이날 본회의는 2시로 예정됐으나 각 당의 협상이 계속해서 결렬되면서 4시, 5시로 미뤄졌다. 그 사이 한국당과 민주당, 바른미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각자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특검을 제외한 의원 사직서만 처리하는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의원 사직서와 특검 법안 동시 처리’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고, 본회의장 앞에서 계속해서 시위를 벌였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특검 수사범위와 처리 시기 등을 야당과 합의한다면 당장 법안을 상정하지 않아도 본회의에 참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특검을 제외한 본회의만 진행하는 것은 국회의장이 민주당에 대한 보은을 하는 격”이라며 민주당의 입장을 비판하면서도 “다만 한국당의 물리적인 방해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국당의 입장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삼화 대변인은 “특검 수사범위를 오늘 중에라도 합의한다면 본회의를 참석할 것이고, 미합의시 불참석할 것”이라며 “동시처리까지는 무리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14일 오후 5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왼쪽으로 난 문으로 입장했고, 이 시각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문을 봉쇄한 채 드루킹 특검 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사진=정민경 기자.
▲ 14일 오후 5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왼쪽으로 난 문으로 입장했고, 이 시각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문을 봉쇄한 채 드루킹 특검 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사진=정민경 기자.
한국당은 오후 5시까지 본회의장 정문 앞에서 “특검법 없는 본회의 강력 규탄한다”, “협치파괴 민주장은 각성하라”, “댓글공작 특검법안 본회의에 상정하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같은 시각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왼쪽으로 난 문으로 한꺼번에 입장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일 좀 합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국당은 5시에 본회에 일괄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며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기는 했으나 국회선진화법 등에 의해 본회의 입장을 방해하면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어, 직접적인 방해는 하지 않았다.

현재 본회의의 의결정족수가 147명인 가운데 민주당(121석)과 함께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 바른미래당에서 제명되지 않은 비례대표 3명(박주현, 이상돈, 장정숙)과 민중당 1명, 범여권 무소속 3명(정세균, 손금주, 이용호) 등이 뜻을 모아야 의결정족수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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