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제3국 싱가포르로 결정된 것을 미리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실장이 일주일 전 볼튼을 만나러 갔는데 그때 (싱가포르 개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 실장은 지난 4일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출국을 했고, 당시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일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최 장소와 일시를 통보받긴 했지만 유동적으로 변화할 여지도 많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부터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및 일시 최종 발표 때까지 장소 문제에 얽힌 뒷얘기를 공개했다.

▲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3곳이 언급됐다고 한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로 인천 송도가 거론됐다.

관계자는 인천 송도에 대해선 “의미가 없었다”면서 판문점과 싱가포르 두 곳에 대한 장단점을 얘기했고, 판문점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고 한다.

판문점이 북미정상회담의 유력한 개최 장소로 뜬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언급하고 3~4주 안에 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하면서 판문점은 회담 장소로 급부상했다. 두 정상 간 대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을 놓고 회의를 할 만한 장소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지난 4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후) 변수가 계속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개최 장소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회담 개최 장소로 결정된 것에 대해 “보편적이고 현실적”이라며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도 처음 미국 쪽은 제네바를 선호했다. 그런데 비행기 거리, 이런 것을 감안해서 최종 낙점된 곳이,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감안해서 가장 현실적인 싱가포르가 선택됐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판문점을 선호했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뒤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3자 회담을 하는 그림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은 회담 장소로 평양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서 평양은 아예 거론되지 않아 평양은 개최 장소로 고려치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난 뒤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계자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담이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이 우선이고 회담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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