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야당 지도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표현하는 등 북한의 변화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변화는 경제성장이라는 뚜렷한 동기에서 비롯됐고, 과거처럼 핵을 포기한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핵을 키워온 ‘이중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심층진단: 변화하는 북한, 변화가 두려운 반공보수’ 토론회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 이유와 남북정상회담이 ‘쇼’가 아닌 이유를 짚었다. 

하태경 의원은 이 토론회를 주최한 이유를 “보수세력 일부는 여전히 북한의 변화와 그 영향을 적화통일 전략이 먹혀드는 것으로 파악한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런데, 그는 남북정상회담도 두려워하고 공포스럽게 본다. 이런 태도는 변화에 대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주도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10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주최한 '변화하는 북한, 변화가 두려운 반공보수'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10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주최한 '변화하는 북한, 변화가 두려운 반공보수'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변화가 ‘쇼’가 아닌 이유를 본격적 시장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북한이 2018년 들어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경제 우선정책으로 전환이 가능할 정도로 체제 여력을 확보했다. 북한 경제의 본격적 시장화가 시작되면서 국가의 전면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고 말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도 “북한의 비핵화 전환은 경제성장이라는 북한정권의 뚜렷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히 개인농장을 허용한 2012년 6.28조치 이후 북한의 시장화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 상임이사는 이 때문에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방식의 핵폐기는 하지 않을 수 있으나, ‘북한식 핵포기’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상임이사는 “북한에 대한 사찰과 검증의 현실적 한계로 인해 CVID가 아니라고 입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식 이중행동과 차별된 선택을 할 것이고,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핵포기는 반드시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는 ‘종북’과 함께 ‘반북’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종북과 반북은 모두 시대착오적”이라며 “멀지 않아 북한의 내부 체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게 될 것이고 때문에 한국정치에서 북한을 이용한 정치권의 공생관계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도 “이미 소수화된 종북의 위험을 과장해온 퇴행적 반종북주의는 고립될 것”이라며 “한국사회는 지금까지 대북정책의 차이가 좌우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왔는데, 이제는 포용이냐 압박이냐 식의 소모적 대북정책 논쟁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북한의 변화가 정치개혁으로 확대될지에는 의견이 갈렸다. 홍진표 이사는 “김정은 체제가 자의적 통치가 매우 쉽게 돼있는 시스템을 변화시킬 동기는 없어 보인다. 북한정권이 개혁개방은 추진하면서 동시에 정치통제는 유지하길 원하리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근식 교수는 “북한에 외부의 정보가 많이 들어가고 젊은 층의 인식변화가 굉장히 커져서 멀지 않아 내부체제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남한의 경우 박정희 독재 체제가 십수년이 지나자 변화했기에, 북한도 십수년 후에는 내부 체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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