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작업기사 1만9000건, 2만건, 9만건 제각각

드루킹 김동원(49) 일당의 댓글 조작 수사내용이 오늘 일간신문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세계일보는 1면에 ‘드루킹 대선 전후 기사 9만건 댓글 조작’이란 기사를 썼다. 국민일보는 ‘1만 9000건’이라고 달았고, 몇몇 신문은 이를 줄잡아 ‘2만 건’이라로 표현했다.

▲ 중앙일보 2면
▲ 중앙일보 2면
대부분 경찰이 드루킹의 최측근 김모(필명 초뽀)씨의 USB에서 확보한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중앙일보는 오늘 2면에 ‘초뽀 USB엔 기사 9만 건... 반기문 치명타 턱받이 댓글도’라는 머리기사로 다른 신문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드루킹 일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2017년 1월 12일 귀국 당일부터 댓글 조작을 벌인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드루킹 일당이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이 공항철도에서 표를 구매하기 위해 1만원권 2장을 발매기에 집어넣고, 14일엔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죽을 떠먹이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턱받이 한 것과 같은 날 선친 묘소에서 퇴주잔을 받아 마신 장면에 조롱과 비난 섞인 댓글을 어김없이 달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도했다.

1만 9000건, 2만 건, 9만 건으로 신문마다 서로 다른 숫자으로 제목에 뽑아 독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 초뽀의 USB에 담긴 기사주소(URL)의 총량이 9만 건이고, 이 가운데 1만 9000건이 지난해 대선기간에 활용한 주소다.

베네치아 검문소와 북촌한옥마을 주민 시위

조선일보는 국제면(16면)엔 ‘베네치아에 관광객 검문소,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한 이탈리아 북서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에 한 해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물가가 오르고 혼잡이 심해 주민들 삶의 질이 떨어지자 시 당국이 시내로 들어오는 관문 2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성수기엔 현지 주민만 통과시키겠다는 조치를 취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틀 전 한겨레신문은 13면에 ‘관광에 뺏긴 사생활 돌려주오... 북촌은 시위중’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썼다. 북촌한옥마을운영회가 지난 5일 오전 한옥마을 입구에서 ‘북촌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겨레 기사에서 주민들은 “골목에 대소변을 보고 가는 이들(관광객)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일회용 음료 컵이나 아이스크림 컵 등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017년 6월 30일 20면. 베네치아를 소개한 여행가 김남희씨의 글.
▲ 경향신문 2017년 6월 30일 20면. 베네치아를 소개한 여행가 김남희씨의 글.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팔마 등 유럽 유명 관광지는 10여 년 전부터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다가 차츰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유명세 때문에 찾아간 관광지가 막상 가보면 언론보도만큼 볼거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언론이 온갖 수사로 화려하게 포장해준 기사를 믿고 한여름 베네치아에 갔다가 푹푹 찌는 습한 더위에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잠만 자다 왔다는 이들도 많다.

반면 화려한 수사와 냉정한 현실을 잘 배합해 베네치아를 소개한 여행기도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6월 30일자 20면에 한 면을 털어 보도한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아름다움에 빠져 몸유병자처럼 걷다’는 제목의 글을 권한다. 김씨는 베네치아를 토마스 만의 단편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모티브로 해설했다. 부와 명성과 예술적 성취를 모두 이룬 노작가 아센바흐 교수가 베네치아로 여행 왔다가 14살 폴란드 소년 타치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파멸한다는 스토리 자체도 극적이지만 소설 속 주무대인 베네치아 리도 해변 묘사도 아름답다. 하지만 김씨는 관광지 미화만 늘어놓지 않는다. “무서운 물가와 연중 이어지는 소란과 운하의 오염을 피해 원주민들은 점차 베네치아를 떠나고 있다. 주인 없는 방앗간의 쥐들처럼 온 도시를 관광객이 장악하고 있었다. 수상버스 바포레토는 러시아워의 서울 지하철만큼이나 붐볐다. 운하에서 올라오는 썩은 물냄새가 코를 찔렀다.”

반면에 베네치아는 곤돌라 모는 사공도 오페라을 부르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동네 할머니조차 패션 센스를 뽐낸다. 허름한 식당의 테이블에도 이웃한 무라노 섬의 수공예 유리잔이 놓여 있다. 이렇듯 김씨는 도도하고 오만한 베네치아를 잘 표현했다.

급기야 주민들이 시위에 나선 북촌한옥마을을 놓고 서울시는 실태조조사와 설명회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베네치아처럼 관광 시간대를 제한하는 방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촌은 조선 후기 북촌은 노론 집권세력의 권문세가가 살던 화려했던 땅이다. 북촌 바로 아래 안국동을 중심으로 기생집과 요릿집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김종필 같은 군사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70년대까지 ‘요정 정치’를 이어갔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안국동 아래 요즘 한창 뜨는 익선동엔 이후락과 김두한 김성곤 같은 정관계 인사들이 들락거렸던 요정 ‘오진암’이 있었다. 오진암은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남북공동성명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던 장소다. 오진암은 헐리고 그 자리엔 엠베서드 호텔이 들어섰다. 호텔 출입구 옆에 옛 영광을 추억하듯 오진암의 유래를 적어 놨다. 중국 관광객들이 그게 뭔지 알기나 할까.

서울시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시행

여러 신문이 서울시가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전국에서 첫 시행한다는 소식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민일보는 12면 머리기사로 ’감정노동자 악성민원 대응 후 30분 휴식‘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서울시는 시 산하 사업소와 출연기관까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 서울시는 민원 응대 통화를 의무적으로 녹음하고, 민원인이 감정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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