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리커창 총리와 양자 회담을 통해 북한 경제 지원을 논의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 중인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총리와 9일 오후 3시10분부터 45분 동안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회담을 가졌다. 한중 회담은 예정에 없었다.

이번 한중 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이후 이뤄진 것이라서 중국이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특히 북한에 대해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상의 추가 의제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한중 양국이 일정 정도 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핵폐기로 인한 반대급부로서 북한의 경제 지원을 한중 정부가 언급했다는 것은 양국이 주파수를 맞추고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 수석은 “특히 북한의 경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신의주, 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이 검토될 수 있으며, 한중 양국 간의 조사연구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제 지원이라는 원론적인 발언을 뛰어넘어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했다. 

▲ 5월9일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일본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9일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일본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커창 총리의 발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커창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이는 두 번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리 총리의 발언은 북한 쪽 입장에 무게를 두면서 미국을 압박한다. 북한이 자신의 명확한 의사를 밝혔으니 이에 준해 미국도 ‘피드백’을 주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리커창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표현은 모르겠다”면서도 “지금 핵실험장 폐기 등의 본인들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에 대해서 북한은 나름 본인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미국의 피드백’의 의미에 대해서도 “어쨌든 북한이 성의를 보이는 것에 대한 미국 쪽의 여러 가지 요구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이 북한의 경제 지원을 언급한 것에도 “그 부분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이야기”라고 강조한 뒤 “거기에 따라서 국제사회도 북한의 경제 개발 지원 등에 대해서 같이 동참하고, 북한이 체제 보장 문제 등에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는 이런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 기류가 흐르는 북미 사이 예정이 없었던 한중 회담이 이뤄지고, 양국이 북한 경제 지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까지 논의한데 이어 리커창 총리가 북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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