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9일 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정진석) 주최로 ‘문재인 정부 1년 정책진단: 최악의 고용성적표, 말뿐인 일자리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일자리 정책 제안을 논의했다.

이날 한국당이 부른 강사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박기성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노동연구원장으로 2009년 9월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박기성 교수는 “노사정위원회는 개혁대상인 노동조합이 자기 주장을 하겠다는 것”, “파업할 때 대체인력을 금지한 것은 한국뿐”이라는 식의 친기업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으로 시작했다. 정진석 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년 성적표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F학점이라고 평가한다”며 “이 시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 11.6%인 역대 최악의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청년 일자리 대란이 현실화 됐다”며 “국민들이 자신의 민생을 그렇게 통째로 포기하고서라도 민주당을 찍을 수 있는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년. 정책 진단 토론회 ‘최악의 고용성적표, 말 뿐인 일자리 정책’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년. 정책 진단 토론회 ‘최악의 고용성적표, 말 뿐인 일자리 정책’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비판의 핵심은 일자리가 줄었다는데 맞춰졌다. 박기성 교수가 일자리 늘리기를 위해 제안한 걸 살펴보면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대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박기성 교수는 한국당에 일자리를 늘릴 방법으로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과 직장점거 파업 금지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사무직 초과근로 면제를 제안했다. 

박기성 교수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인정하고,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해야 한다며 “대체근로 금지는 노사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지 못하고 치우치는 관계로 만들었다”며 “노조가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노조 파업시 일시 외부인력으로 대체하고 노조가 복귀하지 않으면 영구 대체가 가능하다. 프랑스도 무기계약근로자로 대체, 도급이 가능하고 독일과 일본은 신규채용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만 불가하다”고 말했다.

▲ 9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년 정책 진단 토론회 ‘최악의 고용성적표, 말 뿐인 일자리 정책’에서 박기성 교수의 강연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9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년 정책 진단 토론회 ‘최악의 고용성적표, 말 뿐인 일자리 정책’에서 박기성 교수(앞자리 가운데)의 강연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박기성 교수는 제조업무 등에 파견근로를 자유화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32개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인데, 일본은 네거티브 방식”이라며 “네거티브 방식을 해야 파견근로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지티브 방식은 파견이 가능한 근로를 열거하는 것이고, 네거티브 방식은 반대로 파견이 불가능한 근로를 열거해 열거된 근로외에는 파견이 가능한 방식이다.

박기성 교수는 사무직 초과근로 면제도 주장했다. 이는 연봉이 일정 금액 넘어가는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초과근로 수당을 주지 않는 것으로, 제조업은 초과수당을 주되 사무직 중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이들은 초과근로 수당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회사에서도 돈을 줄 수 없으니까 초과근로를 안 시키고, 근로자들도 ‘저녁있는 삶’이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박기성 교수의 주장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파업 중 대체근로를 인정하고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하는 것은 사측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도 우리나라 노동법에 노조 파업 시 공공부문 필수공인 사업장(철도, 가스, 항공, 병원)은 대체 근로가 가능하며, 병원 등 필수 유지 인력도 의무적으로 두도록 돼있다”며 “노조 단체 행동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월적 지위(경영, 인사권)를 갖고 있는 사측에 노조 측이 저임금이나 인권 향상을 위해 유일하게 민형사상 권리조차 제한을 두도록 한 전 세계적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이나 유럽 등의 사례를 가져오면서 우리도 이렇게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독일 등이 얼마나 사회안전망이 잘 돼있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수준이 한국과는 두 배 정도 차이가 나고,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정립돼있는 곳과 단순비교하는 일은 결국 한 부분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권한을 통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사업장 내에 진입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주었고 무노동 무임금 현실에서 박 교수의 주장은 한쪽만 이야기하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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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교수가 주장한 ‘파견근무 자유화’는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대거 양산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 파견법 도입 이후 비정규직, 간접고용 증가로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들이 양산된 구조에 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애초 파견법 취지는 내부 기업 조직에서 보유하고 있지 못한 전문 기술 활용 목적(IT 등)으로 도입 검토된 것인데 한국은 저임금 단순 업무의 비용 절감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특히 파견노동자는 2년만 일하고 옮겨가야하기 때문에 파견근무를 자유화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자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전문직 등에 초과근무수당은 주지 않는 일명 ‘화이트칼라 이그잼션’(White Color Exemption)도 사측의 비용절감 수단이지, 노동자에게 ‘저녁 있는 삶’을 주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이 보수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이 제도를 검토했고,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이름으로 시행하려다 못했다. 제도 취지가 일과 삶의 균형이 목적이 아니라, 비용 효율화를 위해 미국에서 검토한 정책이며 만약 경영계가 그 취지를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주장하려면, 현재의 포괄임금제부터 시행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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