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지난달 7일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논란을 다루면서 한겨레와 CBS가 전 교수의 청탁을 받아 보도한 것처럼 다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청탁 받고 쓴 것처럼 보도하지 않았다며 사과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알은 해당 방송에서 빙상연맹 관계자들 입을 통해 전 교수가 막강한 권력을 갖고 빙상계에서 전횡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알 제작진은 이런 의혹에 전 교수와 빙상연맹에 해명을 요구하는 장면을 넣었다. 진행자 김상중 씨는 “(빙상연맹 내) 감사가 진행되는 중이라 취재에 응할 수 없고 논란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빙상연맹 입장을 전했다. 이어 김씨는 “그래서일까 아니면 공교로운 걸까 우리가 빙상연맹과 전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후 포털 사이트에는 노선영 선수와 SBS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고 해설했다.

그알 화면에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팀추월 경기에 출전했다가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노선영 선수 등을 둘러싼 빙상계 파벌 논란을 다룬 CBS 기사와 노 선수가 빙상대표팀 기자회견 당시 SBS 취재진과 함께 있었다는 한겨레 기사를 띄웠다. 두 기사는 지난 4월 초 보도된 기사로 방송에선 해당 기사들 제목이 노출됐고 매체 명은 가려졌다. 해당 기사는 일부 누리꾼에게 ‘전 교수를 옹호한 기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빙상연맹 논란을 다룬 지난달 7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그알 화면 갈무리
▲ 빙상연맹 논란을 다룬 지난달 7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그알 화면 갈무리

화면이 바뀌면서 김씨는 “그 무렵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개의 USB가 도착했다”며 전 교수가 자신의 측근에게 기사 청탁을 지시하는 녹취 내용이 보도됐다. 이어 김씨는 “방금 전 들은 녹취 파일은 자신의 직원을 통해 누군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는 대화 내용”이라며 “그(전 교수)는 어쩌면 언론 플레이도 능동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설했다. 

그알 방송화면에 노출된 기사를 쓴 기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전 교수 청탁을 받아 기사를 쓴 것처럼 그알이 보도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CBS의 A기자는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누가 봐도 전 교수 청탁을 받고 CBS 기사가 보도된 것처럼 방송이 나갔다”며 “언론사와 기자 이름이 가려졌다고 하지만 제목이 노출돼 독자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A기자가 자사 라디오에 출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A기자는 “전 교수와 관련이 없고 나 역시 (취재를 위해 연락했지만) 전 교수와 연락이 안 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A기자가 받은 항의 메일에는 “이제 기자님 기사는 믿고 거릅니다. 저한텐 믿을 수 없는 기자가 됐습니다” 등의 내용이 있다.

A기자는 “내가 취재해보니 전 교수 지시(녹취)는 2018년이 아니었다”며 그알 제작진이 자신이 2018년에 쓴 기사와 과거 녹취를 무리하게 연결했다고 지적했다. A기자는 이런 내용을 지난달 그알 제작진에게 보내고 항의했다. A기자는 그알 제작진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회사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그알에 노출된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B기자도 비슷한 취지로 지난달 그알 제작진에 항의했다. B기자는 지난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 기사가 전 교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오인되도록 방송을 내보내 기자로서 명예에 손상을 입었다고 반론보도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전 교수 음성 파일 시점을 밝혀 오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 빙상연맹 논란을 다룬 지난달 7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그알 화면 갈무리
▲ 빙상연맹 논란을 다룬 지난달 7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그알 화면 갈무리

그알 제작진은 해당 기사들이 전 교수 청탁을 받고 쓴 것처럼 편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 전횡과 관련해 그알 제작진이 전 교수 측에 취재를 요청하자 비슷한 시기(2018년 4월)에 한겨레와 CBS 기사가 보도됐다고 방송에서 분명하게 밝혔고 장면이 바뀐 뒤 ‘그 시기에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녹취 파일을 받았다’는 설명을 붙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재 순서에 따라 제보를 공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 연출을 맡은 C피디는 두 기자에게 보낸 답장에서 “매체와 작성자는 가리고 제목 위주로 담아 명예훼손을 의도한 바 없다”며 그알 방송 때문에 악플이 달린 게 아니라며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포털에 게시된 해당 기사를 보니 방송 이전에도 비판성 댓글이 동조성 댓글과 더불어 많이 달렸고, 노선영 선수나 빙상연맹과 관련해 기자님이 작성한 이전 기사에도 찬반 댓글이 많이 달렸다”며 “둘 사이 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 바 없고 그알 보도가 항의성 반응으로 직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C피디는 지난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방송은 전 교수가 빙상연맹에서 얼마나 권력을 누렸고 그동안 관련자들이 말도 못하고 참아왔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한겨레·CBS 두 기자는 녹취 파일 시점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힘들게 제보자가 내부 고발을 했다. 시점을 공개하면 제보자를 특정할 수 있어 방송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C피디는 기자들이 해당 방송 취지 전반을 보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반박했다. C피디는 “동계올림픽 팀추월 경기 이후 5~6주 후에 방송이 나갔는데 그때까지도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해당 방송의 본질은 빙상계에서 왜 논란이 반복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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