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개최 일시를 확정했다고 말하면서도 발표를 늦추는 것을 두고 물밑에서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북미정상회담 발표의 극적효과를 노린 미국의 계산된 전략일 뿐 이견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3일 만에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을 두고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를 과시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최근 완전한 비핵화 방법론에 ‘추가’ 의제를 말하는 미국에 경고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북미간 신경전 기류가 흘렀던 것은 사실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 폐기를 말하면서 북측의 생화학무기를 언급한 것이나 품페이오 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 원칙으로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에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말한 것 등이다.

북 입장에선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포함된 남북 정상회담 선언에 사인하고 핵폐기장까지 약속했는데 새로운 의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압박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반도 정세가 평화와 화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때,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위험한 시도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한 것도 신경전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여러 관측을 낳았다.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하기 위한 것이고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발표를 확정짓기 위해 담판을 지으러 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내놓을 ‘보따리’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과 관련돼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이벤트성 방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을 방문하고 억류된 미국인 3명과 함께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그림을 연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진정성을 언급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일시와 장소를 발표하는 시나리오다.

폼페이오 장관도 북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억류자 석방에 관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난 17개월 동안 억류자들의 석방을 요구해왔고 이번에 다시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석방을 결정한다면 위대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억류 미국인 석방과 관련해 “우리는 곧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치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억류 미국인과 워싱턴으로 돌아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주목을 받게 되고, 동시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일시를 발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 gettyimagesbank,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 gettyimagesbank,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확정을 발표할 때 가장 극적인 내용은 회담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판문점, 제3국, 그리고 평양이 거론된다.

일본 언론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을 언급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2일 아사히 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은 현재 당 간부들에게 개최지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평양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일 한중일 정상회담 차 일본 방문길에 일본 현지 기자들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물었던 질문도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일 가능성이 전혀 없나’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에 (평양을)비중 있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판문점 또는 제3국이라고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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