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일부 당원들이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온라인 게시판에 연일 게재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진보정당으로서 소수자 혐오 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6일 동안 정의당 온라인 당원게시판엔 ‘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 ‘동성애는 이성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등의 혐오 표현이 담긴 글과 댓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당원 A씨는 5일 남긴 글에서 “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 당연히 퀴어(성소수자) 축제에 갈 마음은 없다”면서 “(동성애는)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 사진=정의당 당원 게시판 캡쳐
▲ 사진=정의당 당원 게시판 캡쳐
▲ 사진=정의당 당원 게시판 캡쳐
▲ 사진=정의당 당원 게시판 캡쳐

A씨의 글이 논란이 되자 또 다른 당원 B씨는 “동성애자가 싫다는 말을 하는 건 죄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 “싫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예의에 어긋날 수는 있지만 범죄도 아니고 동성애자 혐오도 아니”라면서 “퀴어축제에서 성기 모양의 빵을 파는 짓이 좋아 보이느냐? 이러 저런 모습이 싫다고 말하면 범죄가 되고 동성애자 혐오행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당원 C씨는 이보다 앞서 논란에 참여해 성소수자를 '음란'과 연관지으며 “토 나올 수도 있다. 나는 아예 접해볼 의향 자체가 없다”면서 “이성애자면 당연한 것(감정) 아닌가? 보편적인 것”이라고 댓글로 언급했다.

일부 당원들은 이 글들이 홈페이지 운영세칙을 위반한 ‘문제게시물’이라며 정의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측에 삭제를 요청했다. 정의당 당규는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행위’를 성폭력으로 간주한다. 운영세칙 10조에 따르면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 방지와 처리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글은 문제게시물로 지정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정의당 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게시물. 사진=정의당 게시판 캡쳐
▲ 정의당 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게시물. 사진=정의당 게시판 캡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정의당 당원 김아무개씨와 A씨는 “자신들은 게시된 글들이 성소수자 혐오나 과도한 표현이 아니라고 보고,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일각에선 정당 지도부 및 간부가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평당원이 문제제기를 하기 이전에 디지털소통위원회 등 책임자들이 당원의 혐오발언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부 당원들은 지난 2여 년 간 정의당 내에서 여성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발언이 선을 넘었지만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달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을 당 외부로 공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시판을 지켜 본 한 당원 D씨는 “온라인 게시판 특성 상 한번 분위기가 잡히면 바뀌기가 힘든데 계속 비판 목소리가 없으니 자신들끼리 혐오발언을 자유롭게 내뱉는 공간이 됐고 여기까지 왔다”며 “지도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데, 당내 혐오문화도 해결할 용기가 없으면서 어떻게 한국사회 혐오문화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신고를 접수한 디지털소통위원회(위원장 홍영표) 측은 혐오 발언 규제와 표현의 자유 보장 가치가 상충된다는 점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 내에서도 (조치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번 주 내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권순부)는 “혐오표현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당사자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방치는 혐오표현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홈페이지 운영방식을 대폭 개선하고, 소수자 인권보호에 지도부가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