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조직적인 여론 조작에 활용되면서 건전한 여론 형성과 민주적 정치 의사 결정에 훼방꾼으로 작용하고 있다”(4월17일 동아일보), “네이버는 업무방해를 주장하지만 실제 드루킹이 올려준 트래픽 수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을 봤다”(4월21일 중앙일보), “포털의 자정을 기다릴 상황은 지났다”(조선일보 4월25일자)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댓글 창이라도 없애는 게 맞다”(시사IN 554호 편집국장의 편지)

2008년 ‘미네르바’가 있던 자리에 10년 뒤 ‘드루킹’이 자리 잡았다. 미네르바는 온라인 여론을 주도했고, 드루킹은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 드루킹의 여론조작문제가 네이버 중심의 포털사이트 여론왜곡문제로 옮겨갔다. 네이버는 어떻게든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방향이다. 지금 논의는 “온라인엔 네이버신문과 카카오일보뿐”(한국신문협회)이라며 ‘포털 공세’를 부추기는 이해집단의 주장만 넘쳐나고 ‘여론조작’이란 본질은 빗겨가는 상황이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아웃링크 호들갑=오늘날 뉴스수용자는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네이버가 발표한 2017년 기기별 기사 소비 비중에서 모바일 이용률은 89.2%로 압도적이다. 모바일 메인뉴스 편집판은 인링크로 이뤄지고 검색결과의 경우 콘텐츠제휴사는 인링크, 검색제휴사는 아웃링크로 연결된다. 콘텐츠제휴사까지 아웃링크로 전환할 경우 뉴스수용자 입장에선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를 클릭한 뒤 지저분한 광고를 접하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언론사들은 정작 아웃링크 이후 뉴스수용자를 위해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이야기가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13년 5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뉴스서비스방식을 바꾸자 온라인 뉴스시장은 일대 트래픽의 위기를 맞았다. 일례로 업계1위 조선일보의 경우 2009년 9월 기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1500만 명, 네이버 검색으로 230만 명, 다음 검색으로 150만 명이 기사를 읽었으나 2013년 9월에는 네이버 검색으로 380만 명, 다음 검색으로 250만 명, 네이버 뉴스스탠드로 90만 명이 기사를 읽었다. 실시간 검색어 ‘어뷰징’으로 검색 방문은 늘렸지만, 뉴스캐스트를 통해 들어오던 1500만 명은 그야말로 ‘증발’한 셈이었다.

반면 2013년 9월 당시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체류시간은 10억4579만4000분으로, 1년 전에 비해 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편의 수혜자는 포털사였다. 그렇게 네이버 매출은 2017년 4조6785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때문에 언론사로서는 과거 뉴스캐스트 시절 아웃링크의 ‘달콤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인링크-아웃링크 논란의 본질이 광고수익을 둘러싼 힘 대결로 느껴지는 이유다.

▲ 네이버 사옥.
▲ 네이버 사옥.
△뉴스댓글 폐지, 잃는 게 많을 수도=
지난해 67개 매체가 네이버에 1일 평균 2만5866개의 기사를 송고했고 1일 평균 41만484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비중은 정치 56%, 사회 24.7% 순이었다. 댓글이 정치·사회 이슈에 집중되는 건 팩트다. 하지만 ‘0.9%의 정치꾼’들이 주로 댓글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댓글창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곧바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0년 전 경제 변동 추이를 예견했던 미네르바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됐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을 두고 국경 없는 기자회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는데, 댓글창 폐지는 미네르바 구속보다 위험한 사건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8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인터넷 뉴스 이용자들은 이제 댓글을 뉴스와 통합된 서비스로 이해하고 있다. 뉴스가 주장하는 바를 검토하고, 비판하고, 판단하기 위해 댓글을 참조한다. 실제 댓글과 함께 읽어야 납득이 되는 뉴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댓글의 순기능이 여전히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댓글창 폐지가 정부주도로 이뤄진다면 정부가 여론 형성 과정 자체에 개입하는 위험한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준웅 교수는 또한 “만약 뉴스 품질이 높았다면, 2000년대 초 인터넷 포털과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 댓글 서비스가 그렇게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언론인은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누가 이들이 이렇게 쓰게 만들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언론사가 기사에 대한 합리적 피드백조차 ‘여론조작’이란 묶음으로 취급할 경우 독자와의 소통이 화두인 언론계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갈 수도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여론조작? 네이버만 때려선 답 안 나와=정부부처 온라인 홍보를 대행했던 한 업체 관계자가 지난 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박근혜 정부 시절의 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특허청 등의 담당자 지시를 받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서 여론 조작을 수행했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게시 글 밀어내기, 장관 관련 부정 여론 차단, 정책 홍보 댓글 조작 작업 등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검색 상위에 노출시키기 위해 정부 블로그 등의 방문자수 조작은 공식적으로 보고까지 했고, 댓글 조작 지시 역시 거의 일상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매크로 작업을 시작한 이래 네이버의 기술적 조처 때문에 조작이 막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증언은 여론조작 문제의 책임이 네이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아웃링크로 가도, 뉴스댓글을 폐지해도 여론 조작은 가능하다. 조작하려는 자들이 있는 한 여론조작은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는 걸 막으려다보니 무리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4월24일자 경향신문 기고에서 “디지털 뉴스 소비가 한 곳으로 집중된 지금 우리는 네이버의 영향력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 네이버 의존도를 줄이든, 네이버 공정성을 강화하든 무엇인가는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인링크-아웃링크 양자택일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여론조작의 무대를 비판하는 한편, 여론조작의 주체들 또한 겨냥해야 하며 무엇보다 디지털시대의 여론조작을 정의해야 한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의 댓글활동 규제론을 설파하다가 슬쩍 포털 책임론으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을 보며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까지 포털도 잘한 일 하나 없지만, 실은 언론이야말로 그 잘한 일 하나 없는 사태를 낳은 인터넷 뉴스 생태계에 공존하는 무책임한 서식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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