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른 경남도지사 선거의 각당 후보들이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각자의 장점을 내세웠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자신의 장점을 “문재인 대통령과 최고의 팀워크”라고 밝혔고,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권력은 견제 받아야 한다”며 야당 후보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경남도지사 선거 관전 포인트와 함께 정치현안에 후보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김경수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15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다”며 “최상의 팀워크”라고 말했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전직 두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는데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권력에 취하고 지지율에 취하는 순간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니 권력은 견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인 자신을 뽑아야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문재인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간곡한 요청으로 2번의 경남도지사를 역임하고도 다시 출마한 김태호 후보의 경쟁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경남도지사 선거가 ‘문재인과 홍준표의 대리전’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태호 후보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질문 자체가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토론회 내내 김태호 후보에게는 홍준표 대표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태호 후보는 현재 지지율이 하락상태에 있는 자유한국당의 현 대표와 거리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경수에겐 ‘드루킹’, 김태호에겐 ‘홍준표’ 관련 질문 쏟아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이지만 김경수 후보의 경우에도 쉽지만은 않은 선거다. 김경수 후보는 최근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조사까지 받았다. 토론회에서도 김경수 후보에게는 ‘드루킹 사건’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토론회에서는 김경수 후보에게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를 왜 청와대에 전달했는지 △드루킹에게 협박을 받았다는데 약점이 잡힌 것은 아닌지 △드루킹에게 10개의 기사 URL을 보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는데 드루킹에게 어떤 활동을 기대했는지 △불출마를 고민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드루킹에 대한 조사가 대선 이전으로 확대되는 것에도 동의하는지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김경수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누구라도 인사를 추천할 수 있고,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가 최종인사가 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정치인이라면 민원인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며 협박하는 일을 누구나 당해봤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경수 후보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활동을 해봤을 것”, “문재인 정부에 누가될까봐 불출마를 잠시 고민했으나 오히려 이런 정치공세에 굴복하는 것이 더 누가된다고 지도부와 판단해 출마를 다시 결정한 것”, “드루킹의 활동이 불법이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하며 특검이 이뤄지면 조사가 이뤄질 것”, “다만 보좌관이 500만원 금품을 수수한 것은 직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경찰수사에 대해 김경수 후보는 “지금도 거리낄 것이 없다”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태호 후보에게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우선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를 맡았던 시기, 무상급식 공약을 철회하는 행정을 펼쳐 비난여론이 인 것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태호 후보는 경상남도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했다. 김태호 후보는 “무상급식은 보수진보의 논리에 따라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홍 대표가 무상급식을 중단해 경남의 학부모들이 1년 이상 항의를 하면서 매우 고생하셨다”며 “무상급식 예산이 끊기면서 교육청이 이 예산을 내느라 실제 학생들 교육에 들어가야 할 예산을 사용하지 못했다”며 홍 대표의 과거 결정을 비판했다.

이 밖에도 김태호 후보에게는 최근 홍 대표의 발언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계속됐다.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을 두고 김태호 후보는 “홍 대표가 표현이 거칠었다”며 “너무 나가신 느낌을 받고, 야당이라도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최근 창원에 방문해 민중당 소속의 시민을 보며 “빨갱이”라고 말하고 “창원에 빨갱이가 많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김태호 후보는 “(그 발언은) 저도 놀란 부분인데, 정의당 소속의 당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중당 소속의 시민들을 정의당이라고 착각해 대답했다.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는 2016년 4월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창원에 종북좌파가 득실거리고 안전을 위협한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하며 “생각이 바뀌었냐”고 물었다. 홍 대표와 거리를 두는 김태호 후보지만 일부 진보진영에 대한 편견은 비슷하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김태호 후보는 “선거를 하다보면 지나친 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자유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도 있다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말에 스스로 찔린다면 종북좌파”라고 말했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태호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태호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김태호 후보에게는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청문회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일면식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며칠 후 박 회장과 함께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퇴한 것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김태호 후보는 “지금 생각해도 제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며 “그때는 39년 만에 40대 국무총리 자리가 정말 욕심이 났다”고 답했다. 김태호 후보는 “그 분과 행사장에서 만나 사진을 찍힌 것은 인정하나, 따로 의도된 개인적 만남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기억”이라며 “솔직하게 그 당시에 저는 공부도 안하고 내공도 쌓이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때 총리가 됐다면 국민을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반성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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