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환성 독립 PD 유족이 EBS PD 2명을 업무 방해와 명예 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과 관련해 EBS가 “유감스럽다”며 “향후 독립PD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한국독립PD협회(독립PD협회)가 다시 EBS를 비판했다. 독립PD협회는 8일 “우리 협회와 EBS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중재로 6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EBS가 합의를 뒤집고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며 “EBS가 진상규명과 사과도 없이 상생을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PD의 동생 박경준 블루라이노픽처스 대표는 지난달 30일 EBS PD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피고소인들이 박 PD를 압박해 정부 제작 지원금을 포기하게 했고 그로 인해 박 PD가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야수와 방주’ 촬영을 위해 고 김광일 독립 PD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했던 박 PD는 운전기사 없이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로 지난해 7월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EBS가 정부 지원금 일부를 간접비 명목으로 귀속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며 방송사들의 ‘갑질’ 문제를 폭로했다.

EBS는 지난 4일 “최아무개 EBS PD(피고소인)는 정부 지원금 중 40%를 EBS에 귀속시키라고 한 적 없다”며 유족 측이 제기한 주장과 혐의를 반박·부인했다. EBS는 “그동안 유족 위로와 보상을 위해 성심성의껏 응하고 독립 PD들과의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 신규 프로그램 편성 등의 노력을 기해왔다”며 “EBS PD 2명에 대해 형사 고소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립PD협회는 “피고소인이 아닌 EBS가 (고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담당자(피고소인) 행위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EBS와 피고소인 2인이 같은 입장이라는 걸 스스로 밝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 고 박환성 독립 PD의 죽음은 독립 PD가 처한 열악한 제작 환경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 고 박환성 독립 PD의 죽음은 독립 PD가 처한 열악한 제작 환경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박PD 유족을 대리한 독립PD협회와 EBS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중재로 박 PD사망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해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에 대해 협의했다. 하지만 EBS가 돌연 합의를 뒤집고 진상조사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독립PD협회는 ‘EBS가 책임을 인정하고 담당자들이 직접 사과하면 진상조사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제안했다. 장해랑 EBS 사장을 두 차례 면담했지만 EBS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립PD협회와 EBS의 협상테이블은 깨졌다.

독립PD협회는 “이런 사실을 모두 가린 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소위 ‘상생방안’이 우리 협회 및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협상 내용을 반영한 결과라는 허위사실을 당당하게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환성·김광일 두 PD가 세상을 떠난지 무려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족과 동료들은 슬퍼하고 있다”며 “EBS가 성실히 협의에 응하고 애초 합의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면 이 고통과 분쟁이 지금까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독립PD협회는 “EBS는 두 담당자에게 성실하게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게 공영방송사로서 책무”라며 “오히려 EBS가 담당자들을 적극 변호하고 입장을 밝힌 이상 우리 협회도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유족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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