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책은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게 대부분이다. 부동산을 투자 상품으로 여기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주로 중산층 이상, 세대로는 4050이다. 신문에서도 부동산 기사는 어려운 용어로 젊은 독자층과 담을 쌓는다. 부동산 담당 기자인 저자도 처음에 ‘분양권 전매’(분양권 거래)의 뜻을 몰라 민망했던 경험을 책에 적고 있다.

부동산 기사의 주 독자 역시 부동산 투자자다. 독자를 고려하다보면 기사는 주로 ‘적당한 투자처’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의 이해관계도 반영된다. 여전히 건설사는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다. 집값 띄우기에 동참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서민과 2030세대는 배제됐다. 부동산은 투자 규모가 크니 목돈이 없는 이들이 접근할 수 없다.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진다. 정보가 차단되니 불로소득을 얻을 가능성도 함께 줄어든다. 그러나 누구나 ‘집’에 살아야 한다. 2030들은 어디서 부동산 정보를 얻을까.

▲ 토익보다 부동산/ 이승주 지음/ 아템포 펴냄
▲ 토익보다 부동산/ 이승주 지음/ 아템포 펴냄

흙수저용 부동산 책이 나왔다. 저자인 이승주 뉴시스 기자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한 기사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직간접으로 경험한 부동산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동산 입문서 ‘토익보다 부동산’을 펴냈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대학원에 가서 언론사 준비를 하다 늦은 나이에 뉴스통신사에 입사했다. 서른살 여성 신입사원에 대한 시선은 가혹했다. 뭐하다 왔는지 그럴듯한 설명을 쥐어짜다보면 자존감은 쉽게 무너졌다. 높은 기대수준이 그를 압박했고 동기들에게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수습이 끝나고 정치부와 사회부를 지망했지만 그는 경쟁에서 밀렸다. 존재조차 몰랐던 부동산 부서로 배치됐다.

저자는 20대부터 각종 하숙, 고시원 등 여러 ‘방’을 전전했다. 입사 이후에도 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옥탑방은 불법 건축물일 뿐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종잣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투자해 본적이 없으니 무지했다. 경험이 없으니 공부라도 해야 했다.

답답해서 기자실을 나와 큰 서점을 찾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기본서 한권 찾지 못했다. 기사로, 책으로 직접 쓰기로 했다. 그가 현장에서 깨달은 지식과 경험을 담았다. 독자층은 저자처럼 ‘없는 자’들이다.

저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청년들을 구제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는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빚내서 집사라’던 지난 정부에 비하면 집값 상승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집 주인이 손해보고 거래를 하겠나. 매매시장이 얼어붙을 뿐이다. 어차피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청년들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는다.

현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수혜자는 극소수다. 게다가 최근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민간업체가 늘고 있다. 법인과 20대 개인의 싸움은 명백하게 후자에게 불리하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세입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실제 많다. 월세를 전전하는 흙수저와 내 집으로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소득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 저자는 책 중간중간에 어려운 부동산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 저자는 책 중간중간에 어려운 부동산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언론과 전문가 집단이 불로소득을 견제하기보단 오히려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분양시장이 얼마나 호조세인지, 집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인지 전망하는 기사가 더 많았다. 이를 지적하는 기사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야 본격화했다. 그전까지 분양시장 활황기 내내 ‘경고’보다 ‘상황중계’하는 기사가 더 많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부동산 기사를 써야 할지 반성할 대목이다.”(159~160쪽)

부동산 기사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도 했다. 왜 대학생까지 투자에 나서면 발을 빼야 하는지, 소위 ‘부동산 전문가’란 이들도 경계해야 하는지 등 청년들이 조심해야 할 점이다. 현실의 벽이 높지만 정보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출판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엔 철저하게 20대를 위한 부동산 기초 지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하지만 여러 출판사에서 ‘상품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20대는 부동산 시장에서 배제된 존재일 뿐 아니라 출판 시장에서도 주 독자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20대가 진지한 부동산 기본서를 읽겠느냐는 뜻이다.

진입 장벽을 내리기 위해 취업 6수의 눈물겨운 스토리가 추가됐다. 보도자료 하나를 쓰기 위해 몇 시간씩 고민했던 부동산 출입 초반의 경험은 출간의 계기가 됐다. 공인중개사들과 접촉하기 위해 강남 아파트단지에 갈 땐 ‘시어머니 덕 좀 본 며느리’로 가장하고, 다세대 전세시장을 살필 땐 신혼부부를 연기한 취재후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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