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개최 일시를 언제 말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감세 관련 행사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는 지금 날짜와 장소를 갖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장소와 일시에 대해 계속해서 ‘퀴즈’를 내고 있는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을 극대화시키면서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을 특정 시점에 발표해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자신이 회담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려고 한다는 것이다.

북미는 물밑협상을 통해 최대한 높은 합의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상간 만남의 장소와 일정은 합의의 ‘백그라운드’가 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선, 북미정상회담 시기는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이 잡혀 있기 때문에 5월말 혹은 6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6월 초 G7 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 후 약 일주일 뒤인 5월말 북미정상회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스포츠 축제 현장인 월드컵(2018 러시아월드컵)이 6월 14일 개최되기 때문에 6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은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는 더욱 상징성이 크다. 장소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나 제3의 국가, 그리고 판문점이 거론된다.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이 된다면 두 정상이 만나는 구체적인 장소, 정상의 동선, 북측 사열의 규모, 북측이 마련한 행사 등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색깔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으로 가는 여정 하나하나도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직항을 타고 북으로 가는 것도 처음인데다 미국 정상의 전용기가 북한 땅을 밟는 것은 상징이 크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가게 되면 대대적인 행사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직항기를 타고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환송만찬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만경대학생궁전을 방문해 공연을 관람했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향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4. 25 문화회관 광장에서 맞이해 공식 환영식을 했고, 평양인민문화궁전에 도착한 뒤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했다. 정상회담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여러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평양 개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는 건 보수세력들에게 마치 항복 문서에 사인하는 듯 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거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으로서는 평양을 선호하고 미국으로서는 백악관을 가장 선호할 것이지만 상대방 국가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일정 부분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이 떠오르는 이유는 평양과는 정반대의 이유다.

평양에서 회담이 열리게 되면 언론의 취재가 제한받을 수 있다. 소수 취재진만 취재가 허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관심을 받는 북미정상회담의 ‘그림’을 담아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도 환경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반대 이유로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번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전례에 따라 대규모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의 근접 취재는 제한되지만 남북정상회담처럼 일산 킨텍스에서 뉴스가 실시간 전송되고, 리포트를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알리기에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데 평양에서 열리게 되면 해외 언론이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고려를 한다면 대한민국 판문점만한 곳이 없다. 3000여명 내외신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인터넷의 빠른 속도도 보장된다.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해외 언론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일시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날짜와 장소”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질 합의가 물밑에서 지연되고 있다고 하면 정상회담을 미루는 게 상식적인데 장소와 일시가 확정된다는 건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과 미국이 북한에게 줄 반대급부까지 90% 이상 합의에 도달했다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정성장 실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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