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기자회견장에서 시작된 경제신문 기자 사이의 갈등이 기자단 간사를 교체하는 사태까지 비화됐다.

지난 29일 6개 언론사 고발에 대한 국세청 간부들의 설명이 끝난 뒤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 중 한국경제 기자는 “모 경제신문사 대주주의 주식이동 과정에서의 탈법에 관한 신빙성 있는 제보가 국세청에 접수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이 매일경제에 대한 것임을 바로 알아챘다. 손청장이 “고발되지 않은 개별사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혀 그 자리는 그렇게 넘어갔으나 그렇게 끝난 게 아니었다.

기자실에서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출입기자간의 설전이 이어진 것. 매경 출입기자가 “어떻게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것을 그렇게 질문할 수 있느냐, 내가 한국경제 의혹 부분을 그렇게 질문하면 괜찮겠느냐”고 화를 내자 한경 기자가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맞받아쳤다.

한국경제는 그 뒤 30일자에 해당 기자가 질의한 내용을 손청장 일문일답과 해설기사에서 그대로 게재했다. 한국경제는 <일부사 왜빠졌나?>에서 “이 신문과 관련해서는 대주주인 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개인 대주주가 탈법적으로 넘겨받았고 추후 실권주 배정 등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가 국세청 등에 접수됐다는 설도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사끼리 이전투구를 벌인다고 해도 생방송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확한 팩트도 없이 한 언론사를 겨냥해 인신공격하는 건 도의상 어긋나는 행위”라며 “한국경제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 국세청 출입기자도 “의혹이 있다면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질문했어야 했다”며 “특정회사를 사실상 겨냥한 건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정규재 경제부장은 “기자로서 이미 알려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국세청이 ‘어떤 기준으로 관련사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혐의사실이 없었다’고 밝히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기자의 다툼은 기자실 전체 문제로 확산됐다. 국세청 기자단은 두 기자의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지난 2일 오후 회의를 소집, 당시 간사를 맡고 있던 매일경제 기자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해 간사를 YTN 기자로 바꿨다. 국세청의 한 기자는 “언론사간의 경쟁이 불러온 갈등 때문에 생긴 기자간의 의혹과 불신이 상당 기간 남을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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