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청와대가 내놓은 기념품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청와대는 표절논란을 언급하며 기념품 판매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사과 메시지를 남기면서 사실상 표절 의혹을 시인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3일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새로 디자인한 시계와 컵, 충전기 등 모두 41종의 기념품의 사진과 도안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41종 기념품에 관통하는 디자인을 청와대 기와와 태극 모양을 이미지로 해서 청기와 곡선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파란색과 분홍색 등 5가지 색감으로 청와대 기와를 형상화해 디자인한 제품은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과 도안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청와대 굿즈’가 나왔다며 디자인에 호평하고 시판에 들어간 4일 100여명의 시민들이 사랑채에 줄을 섰다.

청와대는 인스타그램으로도 기념품을 적극 홍보했다. 청와대는 “사랑채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했지만 관련 글이 4일 오전 갑자기 삭제됐다. 표절 의혹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4일 오전 이번에 나온 청와대 기념품이 영국의 한 지중해식당이 쓰는 집기류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영국의 디자인 회사 히어디자인이 영국 레스토랑 팔로마의 메뉴판과 명함, 컵 받침 등에 적용한 제품의 디자인과 청와대 기념품 디자인이 흡사했다. 하늘색과 파란색, 분홍색 등을 사용하고 색이 배합된 도안의 모양도 표절 의혹을 받을 만하다. 중앙일보는 디자인 회사 관계자 말을 인용해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레퍼런스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청와대 디자인은 레퍼런스를 너무 많이 참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보도 사진. 청와대 기념품 사진(위), 영국 레스토랑 팔로마 집기류 디자인(아래)
▲ 중앙일보 보도 사진. 청와대 기념품 사진(위), 영국 레스토랑 팔로마 집기류 디자인(아래)

표절 의혹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판매를 보류하고 해명을 내놨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관광객 등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기념품 도안을 새로 마련키로 한 바 있다면서 “지난 1월 기념품 도안을 디자인 업체에 용역 맡겼고, 한국관광공사 소유인 ‘청와대 사랑채’ 안에서 기념품점을 위탁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에 그 도안을 제공하여 기념품을 제작 및 판매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당일 일부 제품 도안에 대한 표절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념품 판매를 유보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기관과 협의를 거칠 예정”이라며 “이번 사안으로 기념품 시판을 기다리시던 국민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청와대는 관광공사가 만든 디자인을 검토해 사용 승인을 해주기 때문에 표절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표절 의혹의 책임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표절 의혹에 싸인 디자인은 정확히 어디에서 담당했을까.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측은 통화에서 “이번 청와대 기념품은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저희는 디자인 개발을 하지 않고 사랑채 위탁운영점으로서 판매와 유통만 담당했다. 청와대에서 직접 디자인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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