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한빛 PD의 유지를 잇고자 설립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가 오는 8일부터 지상파 방송사 3사와 CJ E&M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이번 1인 시위는 방송 제작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초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이 PD 유족과 전국언론노조가 만든 ‘한빛’에서 추진·설립한 조직이다. 이 센터는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 낡은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워졌다.  

센터는 4일 보도자료에서 “이한빛 PD 죽음 이후 드라마 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 저임금, 고용 불안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며 “특히 쪽대본, 무리한 편성에 따른 초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은 2~3시간 수면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으며 이에 따른 안전 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대표적으로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마더’ 스태프들이 하루 2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밝히며 “센터는 공정한 노동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야 할 SBS에서 초장시간 노동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1인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한빛 이사이자 고 이한빛 PD 동생인 이한솔씨는 지난 1월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출범 등에 대해 “1년 전부터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빛 이사이자 고 이한빛 PD 동생인 이한솔씨는 지난 1월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출범 등에 대해 “1년 전부터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센터가 밝힌 일정을 보면, 고 이한빛 PD 동생이자 사단법인 ‘한빛’ 이사인 이한솔씨는 8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탁종열 센터 소장은 9일(서울 상암동 MBC 앞)과 10일(서울 여의도 KBS 앞)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이 PD의 아버지이자 한빛 이사장인 이용관씨는 11일 오후 같은 시간대 서울 상암동 CJ E&M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1인 시위는 이후에도 이어진다. 

방송업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동시간 특례 업종에서 제외돼 올 7월부터 주당 법정 근로 시간 68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7월 전이라도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 없이는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없다.

센터는 “초장시간 노동 관행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법이 바뀐다고 한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센터는 방송사 및 제작사가 단축된 근로 시간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은 물론 자사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방송 산업 모든 노동자에게 포괄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청년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참여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는 지난 2월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 실태 제보 센터를 운영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는 5월 중 결과를 발표한다.

센터는 “고용노동부는 5월 중에 있을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서 근로자성에 분명한 입장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또한 방송사는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을 ‘위장 자영인’으로 둔갑시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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