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자 조선일보 ‘北위협 사라져도…美軍주둔은 한미동맹의 상징’ 기사에 주한 미 대사 유력 후보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이 등장했다. 그가 지난달 의회에서 “주한 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 팽창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 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는 것. 

조선일보는 “안보적 차원에서도 평화협정 이후에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 주둔은 필수라는 게 한·미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보도라며 위의 해리 해리스 사령관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해리 해리스는 지난달 위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미디어오늘이 당시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해리 해리스가 “나는 한반도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분명 이해당사자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이 (정상회담) 결과를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말한 대목은 있었지만 주한미군이 일본의 야욕을 제어한다는 대목은 없었다. 

해리스는 이날 “한국에서 우리 군대를 제거하면 김정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란 미 상원의원의 질의에 “그는 승리의 춤을 출 것이다”라고 말했고 “우리가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폐기한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목은 한국 언론에 많이 인용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미디어오늘에 “CBS노컷뉴스 4월5일자 기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CBS노컷뉴스 4월5일자 ‘[팩트체크] 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한다?’란 제목의 기사에는 해리스 사령관이 지난 15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발언한 대목이 등장했다. 

▲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그렇다면 CBS노컷뉴스는 어떻게 이 같은 발언을 확인했을까. 노컷뉴스측은 3월21일자 월간조선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이날 ‘트럼프-김정은 만남 이후 발생할지 모를 우울한 사건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해리 해리스가 “이 순간에 우리는 주한미군 철수가 단순히 북핵 폐기의 협상카드로 쓰여도 되느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월간조선은 어디서 이 같은 발언을 확인했을까. 해당 기사를 쓴 월간조선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인터넷을 보고 썼는데 출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조선일보, CBS노컷뉴스, 월간조선에서 해당 발언은 삭제됐다. CBS노컷뉴스는 유일하게 사과문을 냈다.

3월10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논평을 냈다. 논평의 한 대목은 다음과 같았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그렇게 언론을 통해 미국 태평양사령관으로 변신했다. 

(2018년 5월9일 오전 10시6분 CBS노컷뉴스의 오보 경위와 월간조선 측 입장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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