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40)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23개월 된 아들을 둔 주부다. 김 씨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경기도에서 대학을 나와 2005년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2009년 결혼하면서 7천만 원 전셋집을 대출 6천만 원 안고 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의 1%대 저리의 주택자금을 부부가 700만 원씩 최대치까지 받았지만 서울에서 코딱지만 한 전셋집 구하는데도 턱없이 모자랐다. 아이 낳을 엄두가 안 났다.

김 씨는 2009년 알바몬을 보고 신세계백화점 판매 협력사원으로 들어갔다. 말만 협력사원이지 백화점 관리자의 직접 지시를 받았다. 2010년엔 이마트 순환근무 판매사원으로 자양점과 성수점을 옮겨 다니며 화장품을 팔았다. 손님과 관리자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매일 울면서 퇴근해 맥주라도 마셔야 잠들었다. 홈플러스 월곡점에선 관리자(주임)에게 매일 쌍욕을 들었다. 함께 화장품을 팔던 판매원 8명 모두가 너무 힘들어 피해사례를 적어 점장 면담 끝에 해결했다.

김 씨는 2011년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캐셔로 들어가 2년 뒤 홈플러스노조 설립 때 영등포지부 사무장을 맡았다. 2015년엔 민주노총 추천으로 최저임금위원이 됐다. 계속된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찔끔 인상에 민주노총은 진짜 최저임금 노동자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넣었다. 6년을 계속 일했지만 김 씨처럼 마트 노동자는 늘 최저임금을 받았다.

김 씨는 2016년 결혼 7년 만에 출산했다. 사는 게 팍팍해 미뤘던 출산이었다. 출산 이후 육아휴직으로 1년 쉬고 지난해 4월 다시 최저임금위원으로 복귀해 시급 7530원 인상을 이뤄냈다. 그 사이 박근혜 정부는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김 씨 부부는 여전히 1억9천만 원 전세의 절반을 여전히 대출로 채웠다. 9년 사이 전세금이 7천만 원에서 1억9천만 원으로 늘었지만 전셋집은 여전히 12평 제자리다.

김 씨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불만이 있다. 첫째 박 시장이 힘껏 추진 중인 ‘마을 공동체’ 사업이 그렇다. 김 씨는 “바빠서 마을에 머물 시간도 없는 서민들에게 마을공동체 사업은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 김진숙 후보가 연세대 앞에서 시민들에게 여성안심 정책제안을 요청했다.사진=이정호 기자
▲ 김진숙 후보가 연세대 앞에서 시민들에게 여성안심 정책제안을 요청했다.사진=이정호 기자
둘째 박 시장이 ‘노동정책’을 서울시정에 처음 도입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를 보호대상으로 보고 있다. 셋째 박 시장이 재임 중 강남지역 재건축만 15건을 허가해 불로소득에 관대한 점도 문제다.

김 씨는 요즘 23개월 된 아들 보육에 온 정신이 팔려 있다. 김 씨는 기자에게 물었다. “내 시급이 7530원인데 ‘하원 도우미’ 시급이 얼마인 줄 아세요?” 기자는 “하원 도우미가 뭡니까?”하고 되물었다.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한다. 그러나 오후 4시 반에, 늦어도 6시 반에는 문 닫는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아이를 데리러 갈 직장맘은 적어도 한국엔 없다. 비정규직일수록 더 그렇다. 하원 도우미는 어린이집 마칠 시간에 가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최대 밤 10시까지 보살피는 정부의 보육지원 서비스다.

김 씨는 “다른 구에서 서대문구로 이사 와 하원 도우미를 신청했는데 벌써 6개월째 대기중”이라고 했다. 서대문구는 서비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길게는 1년씩 기다린다.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김 씨는 현재 서울시가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아이돌봄 기동대’를 이용한다. 기동대는 시니어 고용창출 효과를 노린 시간당 9천 원짜리 유료서비스다. 마트 노동자 김 씨는 7530원인 자기 시급보다 많은 9천 원을 내고 기동대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나마 저소득층인 김 씨는 시간당 3900원을 지원 받는다. 시급 7530원을 받는 노동자가 기동대에 시간당 5100원을 낸다. 김 씨는 “박 시장이 이런 직장맘들 처지를 알기나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 씨는 “불안정한 노동조건 때문에 도우미가 자주 바뀌어 아이가 힘들어 하는 차에 하원 도우미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고 했다.

▲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신촌역 앞에서 노점상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정호 기자
▲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신촌역 앞에서 노점상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정호 기자
김 씨는 지난달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56%의 지지를 받아 훨씬 지명도가 높은 이상규 전 국회의원(44%)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런 디테일이 김 씨를 후보로 만들었다.

김 씨는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야당이 말하는 정권 심판도, 여당이 말하는 대통령 힘 실어주기도 아닌 일하는 사람들의 직접정치 확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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