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의 한일 역사관 발언을 폭로한 제보자가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에 2015년 발언 당시 상황과 자신의 입장을 담은 장문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월4일 “최남수 YTN 사장, 이번에는 한일 역사관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 사장의 역사관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가 머니투데이방송(MTN) 사장 시절이던 2015년 한 기업체 관계자들의 식사 자리에서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사과하라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한 최 사장은 “언론인이자 언론사 대표로서 신뢰와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미디어오늘과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노조에 전한 메시지에서 “저는 문제의 발언이 나왔던 모임의 참석자로 당시 사정을 직접 설명드려야 하나, 회사에 소속된 일반 시민으로 익명으로 제보하고 증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잘 헤아려 주시리라 믿는다. 당시는 2015년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으며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사과를 정상회담 전제 조건을 달면서 이슈화가 되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YTN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8일 최남수 YTN 사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YTN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8일 최남수 YTN 사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제보자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난 후, 조금은 뜬금없이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에 최남수 사장님의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사과를 받지 못해 그 야단인지 모르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고 그 근거로 두서없이 근대화나 전쟁의 특수성 등을 언급하면서 ‘중국에는 사과 요구 한마디 못하면서…’라고 마무리하기에, 당시에도 그 말씀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하지만 ‘을’의 위치인 회사 관계자로서 응답하기 곤란했고, 더 심한 발언이 나올까 우려도 돼 ‘다른 곳에서는 말씀하시기 위험한 발언입니다’라는 취지로 우회적으로 정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술회했다.

제보자는 “이 글로 인해 시기가 특정될 수 있어서 최남수 사장님 측에서는 제가 누구인지도 알게 될 것이라는 점 익히 알고 있어서 솔직히 많이 걱정도 됩니다만 진실이 침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제가 익명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는 회사원으로서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할 뿐이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최 사장이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한 것에 대응 차원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언론노조 YTN지부에 전했다.

그는 최 사장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최남수 사장님이 제기하신 미디어오늘의 정당한 보도에 대한 민·형사 재판에는 필요하면 증인으로 직접 나설 계획”이라며 “진실을 누가 가리는지 또한 그런 문제 발언을 하신 분이, 이후에도 계속 거짓으로 일관하는 분이 공정 방송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깊은 의문에서 작은 용기를 내어 글을 적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소장에서 미디어오늘 보도을 두고 “허위 보도 및 이로 인한 난데없는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미디어오늘과 기자가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 및 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민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 3월 통화에서 “소송 중인 사안이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면 될 문제”라고 했다.

YTN은 2일 오전부터 최 사장에 대한 중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노사 합의 파기 등을 이유로 지난 2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던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 사장 중간 평가를 전제로 지난달 26일 업무에 복귀했다. 재적 인원은 653명으로 이 가운데 95%(620여명)이 참여해 50% 이상이 최 사장에게 불신임 투표를 던지면 최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근 언론에서 불거진 최 사장의 불륜 의혹을 포함해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노사 합의 파기 △최 사장의 이명박·박근혜 칭송·두둔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을 이유로 최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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