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매체를 만들자는 건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한겨레가 미 유력 블록체인 매체 ‘코인데스크’와 제휴를 맺고 ‘코인데스크코리아’를 3월29일 창간했다. 경제지나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업체가 블록체인 매체나 코너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종합일간지, 그 가운데서도 진보 성향 언론이 뛰어든 건 처음이다. 유신재 편집장은 오히려 ‘진보언론’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된 기술을 조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해 가을부터 한겨레가 ‘22세기 미디어’라는 자회사를 준비하며 새로운 시도를 고민한 결과다. 유신재 편집장은 “우리는 코인데스크의 브랜드를 쓰고, 그들이 쓴 기사를 뉴스페퍼민트에서 번역해 제공한다. 동시에 우리만의 오리지널 기사를 취재해 작성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운영방식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비슷하다. 단,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허핑턴포스트와 한겨레가 합작한 ‘조인트벤처’ 방식이고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제휴를 맺은 독립된 법인이다.

▲ 코인데스크코리아 사이트 갈무리.
▲ 코인데스크코리아 사이트 갈무리.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을 알려주는 매체를 만드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유신재 편집장은 한겨레에서 사회, 경제, 탐사보도 등 부서를 거친 기자로 그 역시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창간준비로 공부하면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특징은 탈중앙화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이 깊고, 한겨레의 창간정신과도 잘 맞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가능한 사회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민할 것이다. 애초에 비트코인이 나온 배경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반발에 있었다. 이런 측면의 파괴적 혁신에 대해 경제매체가 더 잘 취재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 코인데스크였을까. 유신재 편집장은 “독자적으로 매체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블록체인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이슈가 집중돼 있고, 논의가 앞서 있어 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더해졌다. 그는 “어떻게 하면 첨단의 블록체인 뉴스를 독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글로벌 매체 중에 가장 실력 있는 코인데스크와 제휴를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코인데스크는 2013년 창간한 전문매체로 미국 뉴욕에서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글로벌 행사를 열기도 한다.

▲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코인데스크는 “‘ICO 금지해야’ vs ‘너무 모르는 소리’, 미 하원에서 팽팽한 논쟁”같은 기사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논쟁을 소개하는가 하면, “문제는 저커버그가 아니다”란 기사에선 탈중앙화 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새로운 시도와 이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규제에 대한 선도적인 논의까지 망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직접 취재한 국내 뉴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기사는 “빗썸 작년 순익 4271억원, 전년의 171배”로 빗썸 거래소의 감사보고서 분석 기사다. 유신재 편집장은 “기존 언론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니고 블록체인에 관심 많은 매체나 업체는 이런 방식의 취재를 잘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우리는 기존 매체의 취재방식으로 거래소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했다. 단순히 코인이 얼마냐가 아니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간 인터뷰 시리즈도 이어지고 있다. “‘거지갑’ 박주민 ‘정치후원금에 블록체인 도입했으면’” “박원순 시장 ‘서울시 암호화폐 S코인 만들겠다’”가 대표적이다. 유 편집장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기성의 정치인들이 정치와 블록체인의 결합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만나는 다리가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인터뷰”라고 설명했다.

취재분야는 시간이 흐를수록 넓어지고 있다. 최근 SK를 비롯해 카카오, 라인 등도 블록체인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상황이다. 유신재 편집장은 “우리는 신문사에서 만드는 매체다보니 기존 편집국 출입기자들로부터 자료를 전달받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타깃 독자는 누구일까. 유 편집장은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 고민이 많다”면서도 “블록체인의 잠재성에 관심이 높고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바꾸고자하는 혁신가들도 핵심 독자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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