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제작사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 노동과 주 68시간 노동을 가리켜 “먼 나라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사 정규직들은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촬영 날은 밤낮으로 일하고 다른 날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평균 52시간을 맞추는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독립제작사는 프로젝트 개념으로 밤낮없이 일한 뒤 해산하는 구조라 52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PD들은 지금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기존 두 개 팀을 운영하던 것을 세 개 팀으로 늘려 인원을 보강해야지만 이에 따른 인건비는 오롯이 제작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독립제작사들은 “갑자기 법이 통과됐고 현재 제작사들은 하루하루 최저임금 맞춰주는 것도 어려워 근로시간 52시간은 먼 나라 얘기”라고 밝혔다.

독립제작사가 내놓는 해법은 두 가지다. 방송사가 제작비를 현실화시켜 주거나 저작권을 주는 것이다. 독립PD들은 우선 주 52시간 노동을 지키려면 반드시 제작비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독립PD협회 관계자는 “잠 줄여가며 주 70~80시간씩 일해야 겨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간을 줄이고 제작인원이 느는 만큼 제작비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 뒤 “제작비 인상 없이 노동시간 단축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 지난해 8월16일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동 행동 선언'기자회견장에는 독립PD들의 카메라 수십대가 서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고 박환성 PD의 망가진 카메라가 놓여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지난해 8월16일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동 행동 선언'기자회견장에는 독립PD들의 카메라 수십대가 서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고 박환성 PD의 망가진 카메라가 놓여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업계 관계자가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상당수 독립PD가 이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실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껏 방송사는 외부 인력을 쓸 때 고용계약이 싫어서 도급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고용계약을 하지 않고 모두 프리랜서 계약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독립제작사도 PD·작가·조연출과 고용계약하지 않고 도급계약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어 편법·탈법이 더 교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조직부장은 “노동시간 단축이란 법 개정의 취지와 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며 “언론노조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위해 노동 강도를 강화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거나 부족한 인력을 프리랜서나 비정규직으로 채워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상파 내부에 독립제작사 제작비 인상에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경영진은 비정규직 증가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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