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연일 수위높은 비판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당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후보들 외에도 전통적 보수단체들도 정상회담 성과에 환영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홍 대표의 행보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 대표는 연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 대표는 정상회담 당일에는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 평화쇼”라고 밝히고, 다음날인 4월28일에는 “말의 성찬”이라고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29일에도 홍 대표는 “8번을 속도고 9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정상회담을 한 것이냐”라고 말했고 30일 기자회견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민족 자주의 원칙은 한국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고 색깔론을 꺼내기도 했다.
유 시장은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보수야당인 한국당도 이번 판문점선언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김일성 3대 세습정권의 허울 좋은 위장평화공세로 끝나지 않고 합의가 제대로 이행돼, 완전한 북핵폐기와 한반도평화정착기반 조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지켜봐야할 때”라고 밝혔다.
김태호 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당을 포함한 야당도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일 MBC 라디오에서 김 후보는 홍 대표의 발언들에 대해 “다소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며 “홍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인 남경필 현 경기지사도 30일 CBS 라디오에서 남 지사는 홍 대표에 대해 “박수 칠 거는 치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는, 또 비판도 대안을 가지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인 권영진 현 대구시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정상들이 11년 만에 만나 한반도 평화를 합의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보지만 내용면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고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방법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권 시장은 홍 대표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홍 대표는 홍 대표 나름의 생각을 밝힌 것이지만, 다수 국민들과의 생각과는 다른 평가인 것 같다”며 “공식적인 당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 이후 국민 인식 바뀌어…보수 지지층도 정상회담 후 변화
국민들 다수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의지에 새롭게 신뢰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리얼미터의 30일 발표에 따르면 이전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신뢰를 가졌던 이들이 14.7%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 이후에는 64.7%가 신뢰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조사의 세부결과를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 등 전통적 보수성향 포함 모든 지역, 연령,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에서 북한의 의지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층은 이전 신뢰가 9.8%였지만 54.5%로 상승했고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8.3% 신뢰에서 22.8%가 신뢰를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여론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재향군인회 측은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도 “재향군인회는 보수단체가 아닌 안보단체”라며 “안보단체에서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향군인회 측은 홍 대표의 정상회담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한국자유총연맹도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며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우리 자총의 역할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홍 대표의 여론과 동떨어진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4월30일 “그래도 국회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면 자유한국당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미래를 위해 저희들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도 있다”는 식으로 발언의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라고 보는데, 현재 홍 대표나 지도부는 지나친 막말을 하는 방향이라서,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