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연일 수위높은 비판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당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후보들 외에도 전통적 보수단체들도 정상회담 성과에 환영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홍 대표의 행보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 대표는 연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 대표는 정상회담 당일에는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 평화쇼”라고 밝히고, 다음날인 4월28일에는 “말의 성찬”이라고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29일에도 홍 대표는 “8번을 속도고 9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정상회담을 한 것이냐”라고 말했고 30일 기자회견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민족 자주의 원칙은 한국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고 색깔론을 꺼내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4.27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다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향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홍 대표의 이러한 비판에 타 정당은 물론이고 한국당 내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론과 동떨어진 홍 대표의 발언이 지방선거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자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다. 유 시장은 “한국당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보수야당인 한국당도 이번 판문점선언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김일성 3대 세습정권의 허울 좋은 위장평화공세로 끝나지 않고 합의가 제대로 이행돼, 완전한 북핵폐기와 한반도평화정착기반 조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지켜봐야할 때”라고 밝혔다.

김태호 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당을 포함한 야당도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일 MBC 라디오에서 김 후보는 홍 대표의 발언들에 대해 “다소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며 “홍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인 남경필 현 경기지사도 30일 CBS 라디오에서 남 지사는 홍 대표에 대해 “박수 칠 거는 치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는, 또 비판도 대안을 가지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인 권영진 현 대구시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정상들이 11년 만에 만나 한반도 평화를 합의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보지만 내용면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고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방법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권 시장은 홍 대표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홍 대표는 홍 대표 나름의 생각을 밝힌 것이지만, 다수 국민들과의 생각과는 다른 평가인 것 같다”며 “공식적인 당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 이후 국민 인식 바뀌어…보수 지지층도 정상회담 후 변화

국민들 다수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의지에 새롭게 신뢰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리얼미터의 30일 발표에 따르면 이전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신뢰를 가졌던 이들이 14.7%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 이후에는 64.7%가 신뢰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조사의 세부결과를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 등 전통적 보수성향 포함 모든 지역, 연령,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에서 북한의 의지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층은 이전 신뢰가 9.8%였지만 54.5%로 상승했고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8.3% 신뢰에서 22.8%가 신뢰를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여론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사진=리얼미터 홈페이지.
▲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사진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꼽히는 재향군인회와 자유총연맹의 경우에도 정상회담에 대해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1000만 향군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번 정상회담은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기회”라며 “우리 국민 모두는 이념과 진영논리를 초월,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 측은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도 “재향군인회는 보수단체가 아닌 안보단체”라며 “안보단체에서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향군인회 측은 홍 대표의 정상회담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한국자유총연맹도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며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우리 자총의 역할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홍 대표의 여론과 동떨어진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4월30일 “그래도 국회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면 자유한국당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미래를 위해 저희들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도 있다”는 식으로 발언의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라고 보는데, 현재 홍 대표나 지도부는 지나친 막말을 하는 방향이라서,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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