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향해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집회 개최 여부가 가시화되고 있다. 개최 일시와 장소 등 구체적 계획은 미정이나 구호는 ‘조양호 OUT’으로 통일되는 양상이다.
익명의 다수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인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30일부터 ‘촛불집회 일정 초안 계획서’, 집회 피켓 시안 등이 올라왔다.
초안에 따르면 집회 참가 대상은 ‘전·현직 대한항공 및 계열사 직원과 그 가족·친구 등’이고 개최 시기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벤데타 가면은 단체 대화방에서 익명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제안해 온 가면이다. ‘저항’이라는 상징을 띠고 있는 데다 단체로 같은 복장을 갖추면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복수의 직원들은 직접 벤데타 가면을 구매해 집회 현장에서 배포할 수 있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초안엔 사측의 색출 시도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집회 유의사항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집회 참석자 중 사측 프락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르는 인물과 가급적 대화나 접촉을 금하기 바란다”거나 “집회 도중 사측 특정인이 분란을 일으키거나 난동을 일으킬 경우 휘말리지 말고 질서유지 요원이나 경찰에게 도움을 구하기 바란다”는 조항 등이다.
‘집회 종료 후 곧장 귀가하지 말라’는 경고성 문구도 있다. 초안은 “노무의 추적에 대비하여 집회 종료 후 가면을 마스크로 반드시 대체 착용하고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 하실 것을 권한다”면서 “집회 종료 후 가급적 집으로 바로 가지 말고 여러군데 들러서 노무의 추적을 완전히 따돌린 후 안전함을 확인하고 집으로 향하시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 27일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건너편 인도에서 열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직원 촉구대회’에서 사측 직원으로 추정되는 채증요원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한 익명의 직원은 2000년대 초 대한항공에서 ‘객실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활동을 했던 한 노조 간부 직원이 무단결근을 빌미로 해고되자 직원들이 후원금을 모아줬고 이후 그에게 횡령 혐의가 덧씌워진 사례를 들었다. 당시 대한항공 일각에선 객실노조를 방해하기 위한 회사 측의 노무관리였을 거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관리자’는 지난 28일부터 대화방에서 제안된 구호를 8가지로 정리해 초안에 실었다.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갑질 세습 조원태는 물러나라” “갑질 세트 조현아 조현민을 추방하라” “갑질 폭행 이명희를 구속하라” 등이다.
현재 촛불집회 대화방엔 960여 명이 속해 있다. 개설 3일만에 정원 1000여 명을 채웠다. 지난 18일에 개설된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은 5일 만에 1000명을 채웠고 지난 23일 추가로 개설된 두번째 제보방도 현재 9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