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청 공무원 및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까지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편의 특혜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항공청이 항공사 관리감독 기관이라는 점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밀수 의혹과 맞물려 항공청과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대한항공 정비품질부 김아무개 과장은 2016년 9월2일 사내 서비스품질개선그룹, 정비본부 품질관련부서 상무 등 여러 부서 담당자에게 “국토교통부 공무원 편의 제공 의뢰”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공무원 2명의 비행기 내 좌석 편의 지원을 요청했다.

▲ 대한항공 정비품질부 김아무개 과장은 2016년 9월2일 담당자에게“국토교통부 공무원 편의 제공 의뢰”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 대한항공 정비품질부 김아무개 과장은 2016년 9월2일 담당자에게“국토교통부 공무원 편의 제공 의뢰”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김 과장은 “당사 항공기 검사 및 해외정비조직 인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항공검사과 직원의 공무여행 관련 교통 편의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임아무개 사무관 및 오아무개 주무관의 ‘PR 라운지’(프레스티지 라운지) 이용과 편한 좌석 제공을 요구했다. 메일에 “40열 D·F 또는 39열의 A·B, G·H 좌석 선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공무원 측의 요구가 먼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좌석 배정 담당자는 다음 날 ‘해당 좌석은 유아 동반 고객용 좌석으로 사전 배정이 불가하다’며 “현재 가능한 벌크 복도석”인 28열 E·F 자리를 배정했다고 보고했다. 이 좌석은 일부 외국 항공사의 경우 추가 비용을 징수하기도 하는 이코노미석 맨 앞 줄 좌석이다. 이코노미석 중 앞 자리에 좌석이 없어 발을 뻗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몇 안되는 자리다.

PR 라운지는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의 고급 서비스 라운지로 회의실, 마사지 의자, 샤워시설, 수면구역 등이 마련돼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해운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은 바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도 유사한 좌석 편의를 봐줬다. 대한항공 판매팀 직원 지난해 9월13일 담당 부서에 보낸 “[ICNHKG] 김앤장 변호사 좌석배정 요청” 메일을 보면 대한항공은 “변호사 출장으로 우수 IVR(Incentive volume rate) 업체에 대한 SPCL SVC(Special Service) 제공” 명목으로 박아무개 변호사에게 제일 앞 쪽 통로 좌석을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 대한항공 판매팀 직원은 2017년 9월13일 담당 부서 “[ICNHKG] 김앤장 변호사 좌석배정 요청”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 대한항공 판매팀 직원은 2017년 9월13일 담당 부서 “[ICNHKG] 김앤장 변호사 좌석배정 요청”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한 시간 여 후 “요청 건 아래와 같이 반영했다”며 2017년 9월14일 KE61 편명에 29F 좌석을 배정했다. 이 편명의 기종 ‘Boeing 777-300’ 좌석을 보면 29F는 이코노미석 두번째 줄의 복도석이다.

IVR은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은 대기업 계열사 및 각종 협회·기관 등에게 임직원 출장시 추가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은 “이런 업체라도 해도 좌석 지정은 탑승객 본인이 직접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을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편의라 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24일엔 인천공항 세관 감시과장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동일한 좌석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이 됐다.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서비스를 담당했던 최아무개씨는 2017년 3월, 감시과장의 요구가 있었다며 “가능하면 꼭 좀 FIRST ROW(첫 줄)로 SEAT ASSIGN 부탁드린다”고 썼다. 첫 줄은 모든 등급을 통틀어 등급마다 가장 편한 자리로 분류된다.

이 경우 세관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고가 해외물품 밀반입을 묵인했다는 의혹과 맞물려 세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 'Good Seat'(편의 좌석)으로 분류되는 '벌크헤드 좌석'.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벌크 좌석이다.
▲ 'Good Seat'(편의 좌석)으로 분류되는 '벌크헤드 좌석'.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벌크 좌석이다.

이 같은 편의 좌석 제공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위반 등 부정한 이익 교환 관계에 해당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한항공은 '벌크 복도석' 등 'Good seat'으로 분류되는 좌석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사업상 관계를 맺는 기업·기관 관계자들도 이 같은 좌석 편의 부탁을 통상적으로 대한항공에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여기엔 언론사 관계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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