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북측이 숨겨놓은 깜짝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회담 하루 전까지도 리설주 여사의 방남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며 만찬 참석 여부에 대해서 확인해주지 않았다.

임종석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에 대해서 결정하지 못했다. 협의되지 않았다. 저희로서는 (정상회담 당일)오후에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만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진전된 내용을 말씀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8일 회담 당일 오전에도 리설주 여사와 김정숙 여사가 만찬에 참여하는지 여부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저희는 현장과 떨어져 있어서 김정숙 여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리설주 여사는 오후 6시15분 판문점에 도착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는 평화의 집에서 잠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배우자까지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면서 남북화해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2012년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평양의 릉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평양의 릉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오전 정상회담이 종료된 시점에 리설주 여사의 만찬 참석 여부가 공식 결정됐다는 점에서 회담의 성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의문이 조율 중이라면서 문구조정 단계인지를 묻는 질문에 “문구조정으로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의 공개된 환담은 파격에 파격을 더한 내용이었다.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오고간 말일지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회담에서도 문구조정 단계에 들어간 만큼 서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준비위는 합의문에 따라 공동발표의 형식과 장소가 변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정상회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만찬에 리설주 여사가 참석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전 회담에서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리설주 여사의 만찬 참석도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KBS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이 피차 만족스러운 쪽으로 진행되니까 (리설주 여사가)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축하며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는데 배우자까지 참석하는 만찬 자리는 남북 화해의 모습으로 부각될 수 있다. 리설주 여사의 만찬 참석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얼굴을 알리면서 북이 보통국가의 협상 카운트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일산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정상회담을 취재 중인 외신들도 리설주 여사의 만찬 참석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 기자는 “아무래도 퍼스트레이디끼리 남북이 만나는 건 처음이기 때문에 굉장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찬 자리에 등장하는 것에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대만 공영방송 PTS 주한객원특파원 양첸하오 기자는 “리설주 여사 만찬 참석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한국 국민에게 성의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해석한다. 화해의 메시지다”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서로 가족을 데려와서 만나는 것을 남북 화해 즉 남북이 가족 같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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