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들이 회담 시작 전 나눴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회담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대화다.
양 정상 사이 오고간 대화은 청와대 초청과 백두산 방문 등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특히 남북 고속 철도 연결이라는 구체적인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양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것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돌발적인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즉석에서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전 12시15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대화를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문 대통령 손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예정이 없던 남측과 북측 수행원 모두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이 끝나면 돌아갈 분들이 있다”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 기념 사진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두 정상이 9시48분경 평화의집 환담장에 들어서 나눈 대화 내용도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겠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을 해줘서 앞으로 발을 뻗고 자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리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밟고 지나면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백두산을 주제로 환담을 나눈 뒤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때 고속 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북측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주인은 우리가 주인”이라며 “세계와 함께 가는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날 환담을 마치고 오전 약 10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오후 양 정상은 식수 행사와 친교 산책을 마치고 회담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