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와 T3 사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할 것이라 게 원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29분경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남측 방향으로 군사 분계선을 넘은 다음 문 대통령에게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어가자고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측 방향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이어 두 정상은 손을 잡고 동시에 남측 방향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남측에서 열리고 북측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 자체로 상징적인데 한발 나아가 두 정상이 동시에 군사분계선을 오고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정에 없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의 군사분계선에서 동선은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우리 측 참모진은 최종 시나리오를 짜고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을 위치 하나까지 지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동선과 관련해 북측 방향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가능성 등을 질의했지만 “밝히기 어렵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 4월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 4월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이 같은 돌발적인 상황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정상회담 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합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최고지도자가 판단해 그것이 평화를 시대를 열기 위한 행위라고 판단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이런 모습을 오히려 국제사회가 이해하고 더욱 요구했을 것으로 본다.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두 발언에서 평양냉면 얘기를 꺼내면서 가벼운 주제를 던지는 것도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나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지도자로서 매너를 보여주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보통 사람의 보통 지도자상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명문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위한 방안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합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앞으로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의지 표명 정도가 공동선언문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상당히 진전되면 평화협정 체결 전에 남북미중 정상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