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도 경찰이 조선일보 편집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

김민배 TV조선 대표는 자사 수습기자 A씨의 절도 사건과 관련해 25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보한 것에 대해 기자에게 이처럼 말했다.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경찰이 일제 순사들보다 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TV조선 기자 A씨는 지난 18일 민간인 여론조작 사건 주범으로 꼽히는 필명 ‘드루킹’ 김모씨의 활동 공간이었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반대 피켓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반대 피켓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경기 파주경찰서(서장 박상경)는 25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을 찾아 해당 기자의 ‘개인 사무 공간’을 압수수색하려 했다. 이호선 경기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을 필두로 소속 수사관 10여명이 사옥 진입을 시도했으나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탄압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입구를 내주지 않았다.

기자들을 대표한 이재홍 TV조선 사회부장은 이 자리에서 “TV조선 보도본부는 조선일보와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제시대 이후 수많은 곡절 속에서도 조선미디어그룹은 사정 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거의 없다”며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 이호선 경기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왼쪽)과 이재홍 TV조선 사회부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압수수색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 과장을 필두로 소속 수사관 10여명이 사옥 진입을 시도했으나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탄압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입구를 내주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호선 경기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왼쪽)과 이재홍 TV조선 사회부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압수수색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 과장을 필두로 소속 수사관 10여명이 사옥 진입을 시도했으나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탄압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입구를 내주지 않았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대표는 물론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이날 현장에 나와 상황을 주시하는 등 조선일보 사옥 앞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결국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김 대표와 이 부장 주장은 사실일까. 일제 강점기인 1928년 1월27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이 종로경찰서 형사를 대동해 조선일보 논설반실을 수색하고 조선일보와 기타 신문을 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검사국은 조선일보 편집인 백관수씨를 소환 취조했고 조선일보 논설반 기자 이관구씨와 주필 겸 발행인 안재홍씨 자택을 수사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 사설로 인해 기자들이 이와 같은 필화 사건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2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 보도를 소개하면서 “일제 경찰도 조선일보에 못 들어왔다구요? 자기네 역사조차 허위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 TV조선 기자들이 25일 오후 경찰의 압수수색 통보에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앞에서 “언론탄압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TV조선 기자들이 25일 오후 경찰의 압수수색 통보에 서울 중구 TV조선 사옥 앞에서 “언론탄압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1920년 조진태 사장을 비롯한 당시 매우 진보적 지식인들, 애국적 지식인들이 창간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압수수색과 정간 조치가 이뤄졌다”며 TV조선 측 주장을 반박했다.

홍 의원은 “그러나 1933년 방응모가 인수하고 그 이후 친일 지식인들이 대거 편집국에 유입된 이후 조선일보는 조선총독부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단 한 번도 조선일보에 이런 것(압수수색)들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TV조선 측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의 과거 ‘친일 전력’을 지적하면서 일제가 조선일보를 압수수색하거나 탄압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는 26일 사설을 통해 “유신 독재 때도 이렇게 권력 비판 언론을 아예 없애려 한 적은 없었다”며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 ‘민주화 투쟁’했다는 정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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