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두고 과잉수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인 만큼 압수수색 선례가 남는 것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언론자유의 남용이라 불러도 될 만큼 TV조선 기자의 죄질이 좋지 않아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껏 언론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 기자들의 반성이 전제돼야 그들이 주장하는 언론자유탄압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TV조선 기자는 지난 18일 오전 0시께 ‘드루킹’의 느릅나무출판사에 무단으로 들어가 태블릿PC와 이동식저장장치(USB),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해당 기자는 경찰조사에서 절도혐의를 인정했지만 즉시 출판사에 갖다놨으며 보도에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25일 밤 TV조선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조선일보·TV조선 기자 100여명이 조선일보 본사 출입문 앞에서 이를 막았다. 영장기한이 5월1일까지여서 여전히 긴장감이 도는 상황이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즉각 사과방송을 했고 수사에도 충실히 협조했다”며 “USB와 태블릿PC 복사 여부를 조사하려면 해당 기기를 검사하면 되는 일인데, 언론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 4월26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4월26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26일 “이번 사건은 취재 윤리를 숙지하지 못한 수습기자가 취재 의욕이 지나쳐 벌어진 일”이라고 정의한 뒤 “TV조선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조선일보 편집국도 있다. 방송사 보도본부와 신문사 편집국에는 취재원과 취재내용 등 민감한 정보들이 많다.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들도 있다”며 “언론사들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저항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경찰은 드루킹과 김 의원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20일 넘도록 가장 중요한 증거물 중 하나인 김 의원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명백한 직무 유기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TV조선 기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언론사 압수수색은 과잉수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는 “TV조선의 범죄행위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언론사 압수수색은 매우 민감하다. 압수수색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더라도 원칙적으로 대단히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론사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또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과거 MBC PD수첩과 세계일보 압수수색 건과는 사안이 다르지만 경찰이 압수수색의 불가피성을 명확히 입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강혁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는 “언론사 압수수색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압수수색) 선례가 남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언론자유탄압을 주장하는 TV조선 기자들의 문제제기 또한 부정하거나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사안 자체가 언론자유의 남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절도나 주거침입 등 TV조선 기자의 죄질이 좋지 않다”며 “(TV조선 기자 행위의) 불법성이 뚜렷해서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TV조선이 경찰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협조가)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민간인 여론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49)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간 혐의로 TV조선 기자가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경찰이 25일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뒤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일시적으로 철수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민간인 여론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모(49)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간 혐의로 TV조선 기자가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경찰이 25일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통보한 뒤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일시적으로 철수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TV조선은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다. (태블릿PC 등을) 바로 갖다 놨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압수수색 이후에야 할 수 있는 말이다. TV조선이 가져갔던 것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이번 압수수색 시도가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기자는 어떤 잘못을 해도 면책특권이 있는 것이냐는 불만이 다수의 여론이다. TV조선이어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기자들의 일탈행위가 나왔을 때 언론사라는 이유만으로 회피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TV조선과 조선일보 언론자유탄압을 주장하려면 과거 보도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건식 MBC ‘PD수첩’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V조선·조선일보 기자들의 압수수색 반대 몸싸움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 전에 기자들의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자신들에 대한 사법부의 영장발부는 반대하면서 사무실로 돌아가 여전히 노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엄격한 법질서집행을 강조한다면 제대로 된 언론사일까”라고 꼬집었다.

앞서 조선일보는 MBC ‘PD수첩’ 광우병 편과 관련해 검찰의 과잉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4월2일자 사설에서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진실을 조작·왜곡하고서도 검찰 압수수색을 국민의 알권리 침해니 언론탄압이니 비난하며 자기들이 탄압의 희생자인 양 또 하나의 조작을 시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MBC 압수수색 시도는 명백한 언론탄압이었다는 사실이 이후 사법부 판결로 드러났다. 그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크게 추락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언론탄압을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보도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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