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파행을 빚어 온 서울신문 사장 선임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고광헌 후보를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온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4일 긴급 회의에서 ‘서울신문 독립언론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이행을 전제로 고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신문 독립언론 추진을 위한 협약’은 우리사주조합과 고광헌 후보, 서울신문 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서울신문 독립성 확보에 공감하며 고 후보가 취임 뒤 이를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사장 후보 추천을 앞두고 협약서에 서명한 고 후보는 사장 취임으로부터 4주 안에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협약서에 담긴 세부 내용은 △사주조합을 1대 주주로 만들어 서울신문 사장후보추천 제도 개선 △서울신문독립추진위원회(가칭) 설치 및 구성·운영에 대한 방침 △새 사장이 향후 서울신문이 완전한 독립언론으로서 위상을 갖도록 대주주와 관계기관 지원 유도 등이다.

한겨레 사장 출신으로 지난 YTN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던 고 후보는 본인에 대한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달 6일 경영 비전 공개 청취회에서 그는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을 며칠 남겨 두고 (서울신문 사장직을) 제안 받았다”며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서는 사실상 정부 지분인 기획재정부, 포스코, KBS가 고 후보를 낙점했다. 서울신문 주주는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8.82%), 포스코(19.4%), KBS(8.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지부장 장형우)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청와대 낙하산을 서울신문 사장에 앉히려 한다며 반발해 왔다. 지난달 박록삼 우리사주조합장이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선 가운데, 우리사주조합과 서울신문지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낙하산 저지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고 후보를 서울신문의 ‘마지막 낙하산’으로 받아들여 제도 개선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박록삼 조합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를 넘어 청와대 의지에 따라 낙하산을 내려보낼 수 있는 구조를 바꾸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대주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장 후보의 사전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조합장은 “고 후보가 각서를 써올 만큼 진정성과 의지를 보인다면 조건부로 동의해주는 게 맞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반대 기조를 이어 온 서울신문 노조는 아쉽지만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장형우 서울신문지부장은 “우리사주조합이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노력했고 고광헌 후보도 사장직을 걸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장형우 지부장은 “지분 구조를 변경하고 독립언론으로 나아가자는 큰 방향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고 후보가 취임 4주 안에 기재부 동의를 받아오지 못하면 사퇴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중단됐던 서울신문 사추위는 26일 오후 재개된다. 사추위가 고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해 회사에 추천하면 내달 2일 주주총회를 거쳐 고 사장 임명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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