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공식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방송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24일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 “다만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중재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임 때 최소한 이사 8명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가 멈춘 상태에서 여당이 개원을 위한 협상에 나선 가운데 바른미래당이 이 같은 방송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방송법에 따르면 최소한 이사 9명의 동의가 있어야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데, 여당이 된 민주당 입장에서는 보다 쉽게 사장 선임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전체 공영방송 이사 수가 늘어 제2야당에도 이사 추천권이 확보된다는 이점이 있다.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야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 언론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방송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 언론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방송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이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정치권 이사 추천’을 법에 명시하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6:3, KBS 이사회는 7:4로 여야가 추천권을 관행적으로 행사해오긴 했지만 법적 근거는 없었다. 근본적인 공영방송 개혁을 위해서는 국회의 추천권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국회가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을 통과시키면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공식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촛불 시민들이 3대 적폐로 검찰, 재벌과 함께 언론을 지적했다”면서 “여야가 전리품 나누듯이 나누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방송법에는 여야 추천권이 없는데 이를 명문화하면서 정치권력이 방송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언론은 여든 야든 국회를 감시대상으로 두고 항상 비판한다. 그런데 감시대상인 국회가 사장 선임하겠다는 게 지금의 안”이라며 “여당과 야당과 친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시청자와 친한 사람에게 공영방송 이사직을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역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그렇게 외쳐왔던 여당이 정치적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직접 사장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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