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서 댓글을 없애는 방안과 더 나아가 포털에서 뉴스 장사를 없애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땜질식 처방 대신 댓글 시스템 자체를 포기하는 등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동아일보 사설)

언론과 정치권이 의기투합하며 기승전 ‘포털 규제’론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포털 댓글 폐지나 아웃링크 등이 ‘드루킹 사건’에 대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거나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 대표는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 포털운영 제도개선 등에 대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뉴스 서비스 포기(안철수, 김경진) △아웃링크 변환(신용현, 박성중) △댓글 포기(안철수) △댓글 배열방식 랜덤순 또는 최신순으로 개선(신용현, 김경진) △댓글 실명제 도입(장제원, 김경진) △매크로 방지(신경민, 김성태) △아이디 대여 및 도용 금지(박대출)와 같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 드루킹 사건 이후 정치권과 언론이 규제론을 쏟아내고 있다. ⓒ gettyimagesbank
▲ 드루킹 사건 이후 정치권과 언론이 규제론을 쏟아내고 있다. ⓒ gettyimagesbank
“실명제는 본질 이해 못하는 주장”

이 가운데 언론은 ‘실명제’에도 주목했다. 지난 17일 tbs교통방송이 리얼미터에 ‘댓글 실명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의뢰하며 ‘인터넷 실명제’가 쟁점으로 부각됐고 19일 JTBC 뉴스룸 역시 “인터넷 실명제 등 댓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비롯한 수많은 부작용 탓에 사회적으로 비판이 제기됐고, 그 결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언론 보도는 이 같은 ‘맥락’을 전하지 않은 채 댓글이 문제니 ‘실명제’ 도입이 거론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실명제를 하자는 이야기는 사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며 “오히려 드루킹 논란은 실명제였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다. 네이버가 준 실명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크로를 통해 여러 아이디를 돌려 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처럼 1인 1계정을 전제할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는 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여론은 오프라인처럼 1인1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댓글 배열방식을 바꾸는 것 역시 제대로 된 대안으로 볼 수 없다. ‘순공감순’의 현재 댓글 시스템이 문제라고 해도 ‘랜덤순’이나 ‘최신순’으로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랜덤순’이라면 물량 공세식 댓글작업이 이뤄질 수 있고, ‘최신순’이라면 ‘밀어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웃링크? 전재료 줄고, 뉴스 총 소비시간 줄어들 수도

23일 정치권에서 ‘아웃링크’ 제도 개선 주장이 나오자 언론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24일 “(여론조작) 효과는 떨어지고 비용은 높아져 댓글을 조작할 유혹이 그만큼 줄어든다”며 아웃링크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한겨레 역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집중된 ‘공론의 장’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일 매일경제도 “드루킹의 댓글조작 방치한 네이버, 아웃링크가 해법이다”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아웃링크란 기사를 클릭하면 지금처럼 네이버 사이트 내부에서 보여주는 대신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인터넷 공간이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의 ‘인링크’ 방식은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무시한 ‘가두리 양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언론이 아웃링크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포털에 뉴스유통을 뺏긴 언론사들의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언론이 아웃링크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포털에 뉴스유통을 뺏긴 언론사들의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러나 아웃링크 방식 뉴스 편집은 ‘댓글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이라기보다는 포털에 뉴스유통 권력을 내준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정책에 가깝다. 한국신문협회가 23일 입장문을 내고 ‘아웃링크’ 정책을 지지하면서 “포털 뉴스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인링크 서비스 외에도 포털이 자의적으로 기사를 선택·배열·노출한다는 데 있다”며 포털의 뉴스 편집까지 문제제기했다. 매크로 논란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대목이다. 24일 지면 신문 기준 전국 24개 매체가 신문협회의 주장을 담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아웃링크가 하나의 대안인 건 분명하다”고 밝히면서도 다양한 부작용과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용석 교수는 “과거 뉴스캐스트처럼 아웃링크로 바꾸게 되면 자극적 제목 및 ‘검색 어뷰징’의 문제, 의견의 집단 파편화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면서 “언론사의 (인링크로 기사를 제공하는 대신 돈을 받는) 전재료 시장 축소와 같은 역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언론사 사이트가 포털과 달리 댓글을 체계적이고 기술적으로 관리하기 힘들다는 점, 선정적인 광고가 많아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 등이 아웃링크의 문제로 거론된다.

포털이 임의로 뉴스 배열을 못하게 하거나 뉴스 서비스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황용석 교수는 “뉴스산업은 주목의 경제”라며 “한국사회가 포털 때문에 과잉뉴스소비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아웃링크 구조가 된다면 뉴스에 대한 총 소비시간도 줄어들고 산업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외부효과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크로는 불법? 자발적 댓글도 여론조작? 차분한 논의 필요

지금은 드루킹 논란을 틈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설익은’ 규제론을 내놓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무엇을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에 앞서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온라인 공론장에서 여론형성과 여론조작의 차이가 무엇인지, 매크로와 같은 기술을 어느 영역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등은 정리해야 할 문제다.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자발적인 댓글 활동도 여론조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 양홍석 공익법센터장은 “아이돌 팬클럽 활동도 모두 여론조작인가”라고 반문하며 “방법에 위법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매크로 등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한 것이라면 포털의 영업 방해 소지가 있지만, 개인의 동의를 구한 다음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볼지 모호하다.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은 여론형성에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양홍석 센터장은 “‘댓글 포기’ 대책은 ‘댓글이 막강한 여론형성 기능을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이와 관련된 실증적인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국정원 사건 등은 게시물을 잘 보이게 만들기 위해 추천수를 조작하는 점 등이 핵심적인 문제였다”면서 이번 사건 역시 여론조작으로 보려면 뉴스 노출 조작이 이뤄졌는지가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황용석 교수는 “이번 논란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니라 알고 있던 것들이 재확인된 것”이라며 “부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좀 더 차분하게, 긴 보폭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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