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모 KBS 기자가 24일자로 신임 부사장에 임명됐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23일 KBS 이사회 동의를 받아 정 부사장을 임명했다. 정 부사장은 향후 양 사장이 약속한 핵심적인 개혁 과제를 이끌 전망이다.

지난 11일 정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한 KBS 이사회는 KBS노동조합 등이 제기한 정 부사장 자격 논란을 검토하기 위해 두 차례 안건 의결을 연기했다.

KBS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정 부사장이 외부 활동으로 징계를 받았으며 KBS 기자협회 활동을 맡게 되면서 석연치 않게 징계 절차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보직 없는 고위직 직원들이 소속된 KBS공영노동조합도 정 부사장 임명에 반대해왔다.

지난해 고대영 사장 시절 KBS는 감사원이 KBS 사장 허가 없이 이뤄진 외부 활동에 대해 징계 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통보에 따라 정 부사장에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앞서 KBS 인사부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밝힌 정 부사장 외부 활동 내역은 △방송기자연합회 주관 ‘이달의 기자상’, ‘올해의 기자상’ 심사위원 39회 참여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스쿨 강의 3년 간 10회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관리포럼 회의 및 세미나 6회 등이다.

KBS 노동조합이 1억 원 넘는 돈을 정 부사장이 수수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3년 간 총액은 1395만 원으로 외부 활동도 당시 소속 팀장에게 보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이 지난해 KBS기자협회의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돼 재심이 중단됐다는 주장에 대해 KBS 인사부는 “진상조사위는 징계 1심 4개월 전 종료된 활동으로 이를 맡아 인사위원회가 중단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외부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뒤 16일 이사회에서 정 부사장 임명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다만 정 부사장 징계 및 경력에 대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소수 이사 요구에 따라 안건 의결을 연기했으며 지난 23일 이사 11명 가운데 7명이 표결에 참여해 임명 동의안을 처리했다.

김서중 KBS 이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외부 겸직을 허가 영역으로 둔 것은 KBS 구성원으로서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돼선 안 된다는 취지”라며 “방송기자연합회 심사, 저널리즘 강의, 국가 기구에서 일을 한 사안들은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정필모 KBS 신임 부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정필모 KBS 신임 부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1987년 KBS 14기 기자로 입사한 정 부사장은 경제부장, 1TV뉴스제작부장 등을 역임했고 ‘경제전망대’와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경제뉴스 해설위원,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해 ‘KBS 기자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최근 KBS 사장 공모에 지원했으나 최종 후보 3인에는 오르지 못했다.

KBS는 23일 정 신임 부사장을 임명한 배경으로 “오랜 경제 전문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 활동을 하는 등 금융·재무 회계, 기업 경영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으며 언론학 박사로서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방송의 미래 발전 전략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또 “정 부사장이 뉴스제작부장 재직 시 안팎의 압력·청탁을 철저히 배격했고,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재임 시 프로그램 공공성·공익성을 지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며 “경제부장과 뉴스제작부장 재직 시 시의적절한 아이템 기획·선정으로 균형 감각을 발휘했고 대형 이슈에 대한 신속·정확한 조치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과거 KBS에서 벌어진 부당 징계와 불공정 방송 등에 대한 진상 조사·원상 회복을 추진할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잘못된 외주 제작 관행을 개혁하기 위한 미디어 상생위원회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 관련 TF 역시 정 부사장을 주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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