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이하 하얏트 웨스트타워)’ 공사 현장에서 한 장년층 여성이 한 여성 직원에게 격렬하게 삿대질을 하며 몸을 강압적으로 밀고 당기는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확인됐다. 안전모를 쓰지 않고 공사 현장을 출입할 수 있는 점이나 현장 목격자 증언, 생김새 등을 종합할 때 문제의 여성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된다.

90초 분량의 이 영상은 하얏트 웨스트타워가 완공되기 3개월 전인 2014년 5월, 공사현장에서 작업복을 전혀 갖추지 않은 장년층 여성이 안전모를 쓴 여성직원을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회색 작업복을 입은 한 직원은 여성의 챙이 넓은 노란색 모자와 검은색 핸드백을 대신 들고 있었다.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인천 그랜드 하얏트 웨스턴타워 건설 현장에서 여성 직원 한 명을 호되게 질책하고 있다.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인천 그랜드 하얏트 웨스턴타워 건설 현장에서 여성 직원 한 명을 호되게 질책하고 있다.

0~40초 : 삿대질·호통, 자재 발로 차… 피해직원 고개만 숙이고 있어

이 여성은 40초 간 쉬지 않고 여직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호통을 쳤다. 여직원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그들 옆엔 안전모를 쓴 직원 3명이 서 있었다.

여성은 고개 숙인 여직원의 얼굴과 자신의 뒷편의 건립 중인 화단을 번갈아 가며 삿대질을 한 뒤, 근처 바닥에 놓인 막대형 자재까지 발로 거세게 찼다. 질책을 받던 여직원은 뒤로 슬금슬금 걸어가다 인근으로 대피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사건 장소는 그랜드 하얏트호텔 인근 어린이 수영장 건물 앞 광장으로 확인됐다. 여성이 질책하며 삿대질을 하는 곳은 현재 나무가 설치된 광장 화단이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성은 호텔 조경공사와 관련해 업체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호통을 쳤다.

▲ 문제의 여성은 여성 직원을 밀고 당기는 등 위력을 행사했고 자신을 제지하는 직원에게 손찌검 시늉을 했다.
▲ 문제의 여성은 여성 직원을 밀고 당기는 등 위력을 행사했고 자신을 제지하는 직원에게 손찌검 시늉을 했다.

40~60초 : 피해직원, 폭력 행사에 도망… 막는 직원엔 손찌검 시늉까지

이후 20초 동안 여성은 여직원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했다. 그는 여직원의 왼팔을 잡아 채 그녀를 4m가량 억지로 잡아당겼다. 이후 여직원의 등을 거세게 밀쳤다. 여직원은 밀린 즉시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근처에 있던 한 직원은 문제 여성의 양 팔을 붙잡으며 제압했다. 이 여성은 즉시 뒤를 돌아 오른팔을 빠르게 들어올리며 그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들어올린 오른손으로 이 여성은 화단을 가리키며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 이 여성은 자신의 행동을 제지한 직원의 서류를 강제로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 이 여성은 자신의 행동을 제지한 직원의 서류를 강제로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60~90초 : 설계도 수십장 바닥에 내동댕이쳐

이 여성은 이어 자신을 제지한 직원이 들고 있던 설계도면 등 수십장 서류를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영상엔 4~5m 거리까지 널브러진 서류가 바람에 날리는 풍경이 실려있다.

옆에 선 다른 직원은 여성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질책을 듣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 여성은 이 직후에도 격렬하게 손가락질을 하며 직원들을 질책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모자와 핸드백을 가지고 있던 직원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호텔 지배인급 임원으로 추정되는 정장 차림의 남성 두 명에게 거세게 삿대질을 했다. 현장에 남은 직원들은 여성이 떠나자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를 주워담았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 여성은 이명희 이사장으로 추정된다. 현장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 가해자는 이명희 이사장이 확실하며 공사 작업복을 입은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나 복장을 갖추지 않은 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성도 이 이사장밖에 없다고 밝혔다.

▲ 사건이 발생한 장소.
▲ 노란 사각형 안 쪽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사건 현장엔 협력업체 직원, 호텔 임원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여직원은 협력업체 직원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장은 하얏트 웨스트타워 건설 현장을 자주 방문했으며, 현장 방문 시 작업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관련 지시를 내릴 때마다 위압적인 질책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1주일에 1번 꼴로 방문했다’고 지적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시공사였던 D업체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명희 이사장이 현장에 자주 온 것은 맞다”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 없고,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조경설계를 맡았던 S업체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우리는 설계까지만 맡지 현장을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계 및 건설현장 인력 파견을 맡았던 J업체 관계자도 “그 당시 일했던 직원들이 다 퇴사해서 알 수 없다”며 “(이 이사장의 갑질·질책에 대해) 직접 들은 바는 없다. 현장에 관련한 소문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없는 개인적인 일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 일가 중 하얏트 웨스트타워를 소유한 주식회사 칼호텔네트워크 이사로 등재된 이는 조현아 및 조현민 사내이사밖에 없다. 이명희 이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경영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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