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대미협상 주도권 포석…‘핵동결’ 선수”
국민일보 “‘핵 동결’ 선제카드…金의 담판 시작됐다”
동아일보 “조현민·조현아 모든 직책 사퇴”
서울신문 “핵보다 경제…비핵화 승부수 던진 김정은”
세계일보 “‘핵보유’ 카드 쥔 채…김정은 비핵화 첫발”
조선일보 “‘풍계리 쇼’인가, 핵폐기 첫발인가”
중앙일보 “‘핵실험·ICBM 발사 중단’ 김정은식 비핵화 첫 단추”
한겨레 “김정은, 핵실험 멈추고 경제 택했다”
한국일보 “김정은, 비핵화 첫 빗장 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핵동결을 위한 조치를 선언했다.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 결정서에는 “주체107(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풍계리)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표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조선일보는 “‘풍계리 쇼’인가, 핵폐기 첫발인가”란 1면 톱기사에서 북한 발표에 대해 미국내 반응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큰 진전”이라고 밝혔지만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핵 보유국’이 되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국내에서도 비슷했다”며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는 기대감과 ‘영변 냉각탑 폭파와 같은 쇼일 뿐’이라는 의구심이 동시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 ‘핵을 이전하지 않겠다’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는 해석에 방점을 뒀다. 이 신문은 “이는 ‘핵 보유국’ 입장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 회담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3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사용불능 수준, 어차피 ‘버리는 카드’”란 기사에서도 “김정은, 핵보유국 행세하면서 미국에 더 많은 대가 얻자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핵무기 없는 세계’란 한국과 일본에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까지 겨냥한 말로 보인다”며 “과거에도 북한은 여러차례 미국과 ‘상호 핵 군축’을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반대하고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었다”고 했다.

▲ 23일 조선일보 3면 사진기사
▲ 23일 조선일보 3면 사진기사

조선일보의 이런 해석의 근거로 2008년 북한 영변 핵시설의 원자료 냉각탑 폭파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08년 6월27일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되는 사진기사와 함께 “당시 북한의 냉각탑 폭파를 ‘핵 폐기’ 의지로 받아들인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냉각 시설을 복구해 핵 시설을 재가동했다”며 ‘냉각탑 폭파쇼’로 규정한 뒤 이번 핵실험장 폐기 발표도 “제2의 영변 냉각탑 폭파 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ICBM 한번 쏠 때 수백억…북한, 더 쏘아올릴 돈도 부족”이란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2006년 이후 작년 9월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 영향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지형이 붕괴하거나 오염돼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차피 ICBM 시험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어 “북한은 현재 대북 제재 강화로 김정은 통치 자금이 급감하고 궁정 경제도 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ICBM은 발사할 때마다 2000만(약241억원)~3000만달러(약321억원)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제난 때문에 ICBM 시험을 더 하고 싶어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선심 쓰듯 ICBM 중단을 선언한 거란 얘기”라고 꼬집었다.

▲ 23일자 세계일보 1면 사진기사
▲ 23일자 세계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는 북한의 이번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핫라인 개통과 핵실험장 폐쇄는 환영할 일이지만 핵보유국 야욕을 버리지 않은 건 큰 우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냉철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서도 과도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냉정하게 접근하기 바란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받아들이고 1년 안에 핵 폐기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하게끔 분명한 답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 신문은 “사실 핵실험 중단이나 핵시설 폐기 선언은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며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CVID)가 다가올 릴레이 정상회담의 목표이며, 그것은 결코 타협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김정은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ICBM 시험 발사 중지를 미국과 대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면 뉴스분석 기사에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ICBM의 진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며 “미국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수용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그동안 북미 간 비공개 접촉에 의한 사전 조율의 결과”라고 관측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조치를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첫 번째 행동적 조치”라고 규정하면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비핵화 논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북한 발표 내용은 비핵화가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 않겠다’는 동결 조치를 뜻한다”며 “핵보유국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3일자 만평
▲ 경향신문 23일자 만평

경향신문은 북한의 화해분위기에 초점을 뒀다. 3면 “북 김창선·리선권 등 남북대화 이끈 인물들 대거 승진”이란 기사에선 “한반도 정세 변화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인물들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대외정책의 변화를 반영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에 보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 특사로 방남했을 때 밀착 보좌했고, 최근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분야 실무회담에도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다”고 했다.

또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올랐다”며 “리 위원장은 1월9일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로 나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남북간 ‘공식채널’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언론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4·2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가르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것을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쪽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지역으로 내려온다”고 평가했다.

이어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진 곳이기도 하다”며 “정전협정 65년을 맞아 이 협정을 폐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구히 종식하는 평화협정 체결의 발판을 마련하는 회담이 될 것이란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지닌 의미는 전례 없이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의 목표가 경제발전임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자 핵무기와 경제 건설을 맞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북한이 체제 안전이 보장될 경우 중국이나 베트남을 모델로 한 경제 개방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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