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항항공 전무의 갑질 행태로 촉발돼 대한항공 일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민과 조현아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구성원들은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이자 사태 무마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은 조양호 일가의 갑질에 대한 제보를 쏟아내고 있는데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올라오고 있다. 오히려 조양호 회장의 발표가 대한항공 구성원들의 분노에 불을 당긴 모습이다.

조 회장은 22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조현민 전무에 대하여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하여,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하여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여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하여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발표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는 갑질 행태로 인해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고, 갑질 행태 중엔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안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자녀들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현민 전무는 광고사와의 회의에서 물컵을 던진 행위가 있었다는 진술로 폭행 혐의를 받고 있고, 6년 전 미국 국적이었는데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밖에 조양호 회장 일가가 관세법을 어기고 개인용품을 대한항공 시스템을 이용해 들여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날 조양호 회장의 발표에 대해 구성원들은 진정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특히 부회장직에 석태수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는 조치에 대해 마치 전문경영인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결단인 것처럼 하고 있지만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같은 그룹사의 인물이고, 석 대표이사는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다.

한 구성원은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에서 조양호 회장 본인이 사퇴해야 한다며 갑질 제보로 확인된 세금포털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꼼수 처방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촛불집회를 열어 집단적인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진다. 당장 석태수 대표이사가 부회장직으로 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셌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갑질이 나왔을 때부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이사회가 소집되고 이사회에서 퇴출 방안이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의 그릇된 갑질 행태가 대한항공을 망치고 있는 상황을 이사회가 방치했는데 이제와서 조 회장이 자녀를 대표직에서 사퇴시키고, 최측근 인물을 마치 전문경영인 인사처럼 포장시켜 부회장직에 앉히는 것이 무슨 소용이라는 것이다.

외국기업이라고 하면 이번 사안에 버금가는 일이 벌어질 경우 이사회가 소집되고 기업 최고 책임자의 거취 문제까지 묻는 것이 당연한데 대한항공은 애초부터 적당히 비난 여론만 무마시키려는 꼼수를 부렸고,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태가 구성원들의 분노를 부르면서 회장 일가의 전체의 퇴출 여론으로 확산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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