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 산재 피해자를 지원한 활동가를 “피해자를 볼모로 소송 외의 일을 했다”고 적시한 문화일보에 대해 허위보도를 했다며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상윤)는 지난 3월30일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소속 임자운 변호사가 문화일보를 상대로 청구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문화일보에게 손해배상금 5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0월 문화일보가 그해 4월15일 보도한 “변호사 본분 잊은 ‘반올림 활동가’” 기사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했고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문화일보를 상대로 2천여 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20160415_문화일보_[현장에서]변호사 본분 잊은 '반올림 활동가'_경제 18면.jpg

문화일보는 이 기사에서 임 변호사가 “1년 4개월 동안 관련 사건 소송이 두 차례나 진행됐는데 의뢰인에게 알려 주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 측 취재를 바탕으로 임 변호사가 “(사망 피해자의) 산재를 입증할 인과 관계와는 거리가 먼 근무공정 등의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이를 근거로 임 변호사가 “말하자면 의뢰인을 ‘볼모’로 소송 업무 외의 일을 하고 있다”면서 “변호사로서 ‘법조윤리’를 잊어버린 그의 행동이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온전한 해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차분히 따져볼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임 변호사가 변론기일을 알려주지 않은 건 한 차례며 임 변호사가 산재 입증과 관련없는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문화일보가 허위 보도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기자가)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조건에 의해 뒷받침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보자나 삼성전자 취재 내용은 그대로 보도하면서 뒷받침하는 근거로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표현 방법에 있어서도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과장되거나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임 변호사가 변호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의뢰인 이용한다는 인상 강하게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문화일보 보도가 임 변호사의 인격권을 침해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를 인질(볼모)로 잡았다’거나 ‘법조윤리를 잊었다’, ‘문제 해결이 걸림돌’ 등의 표현이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해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사건 기사 일부 내용이 허위이기는 하나 해당 기사가 공공적·사회적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나 비판은 널리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