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중앙시사매거진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하는 국가브랜드대상이 언론사 수익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0년 만들어진 국가브랜드대상은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 도시·정책 농식품 부문 브랜드를 선정·시상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코리아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로 매년 기업, 제품·서비스, 도시·정책, 농식품 등 부문별로 다수의 브랜드를 선정해왔다.

하지만 국가브랜드대상을 수상하려면 이에 대한 홍보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지역 주간지 ‘옥천신문’은 지난 6일 옥천군이 3000만 원 안팎의 홍보비를 줘야 받을 수 있는 국가브랜드대상을 8년 동안 수상하며 혈세를 낭비했다고 보도했다.

옥천신문은 “홍보비를 지자체에서 납입하지 않는 경우 1위를 하더라도 수상이 취소되고 부문이 사라진다”는 국가브랜드대상 선정위원회 관계자 발언을 전하며 국가브랜드대상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 국가브랜드대상에 대한 홈페이지 소개글.
▲ 국가브랜드대상에 대한 홈페이지 소개.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지난해 옥천군 홍보 기사 발주 내역을 보면, 옥천군은 포도 축제 홍보 1회를 명목으로 국가브랜드대상 주최 측인 중앙일보에 3000만 원을 납부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가브랜드대상과 관련해 예산을 집행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비를 내지 않을 경우) 포도 부문이 수상 부문에서 사라진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지면 광고를 별도로 내기로 해서 축제 광고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브랜드대상 측이 부문별 조사에서 1위를 한 곳에 결과를 통지하면 해당 기관은 ‘공동 마케팅’ 비용이 명시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수상 소식을 전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있고 이를 내지 않으면 수상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옥천군의 경우 축제 광고비 집행을 명목으로 마케팅비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국가브랜드대상 홈페이지에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및 이코노미스트 광고, 지하철 공동 광고 등이 ‘특전 사항’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공동 부담을 명목으로 광고비를 납부하는 곳에 상을 수여한 셈이다.

주최 측인 중앙일보는 마케팅 및 홍보 비용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공동 마케팅 비용에 대한) 책정 근거를 세부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수상 사실에 대한 광고 홍보는 수익자를 위한 것이므로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또 국가브랜드대상 권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국가브랜드대상은 지역별,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라 ‘구조화된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공정하게 평가한 뒤 선정하고 있다”며 “일반 기업의 경우도 국가브랜드 수상 사실을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빼놓지 않고 활용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상”이라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국가브랜드대상을 두고 “사실상 일종의 광고 협찬을 받아내는 수익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돈을 줘야 보도나 홍보가 된다는 점에서 공신력 있는 상일 수 없다”며 “산업 증진을 위해 최고로 잘한 곳에 상을 준다기보다 마치 홍보 전단지를 만드는 것처럼 홍보를 빌미로 과다한 비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주최 측 사이에 홍보비가 오가는 상의 경우 예산을 이용한 ‘치적 쌓기’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지난 2009년 지자체 포상·수상 실태를 조사한 권익위는 “수상 후 홍보비 지출은 상을 받기 위한 시상·수상 기관 간 유착 개연성이 있다”며 “민간 주관 시상에 참여해 상을 수상한 경우 광고·홍보비 등은 한국언론재단을 통해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상을 후원하고 있는 정부 부처가 자체적으로 후원 참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언경 처장은 “정부가 후원이라는 명목 하에 이름을 거는 것만으로도 공신력은 더해진다”며 “후원 참여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주최·주관 상에서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는 ‘○○부 후원’이라는 명칭 사용을 승인하는 형태로 참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국가브랜드대상을 후원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상자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데까지 (우리가) 관여하진 않는다”며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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