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제목만 검색해도 ‘PK·TK’가 홍수를 이룬다. “여당 정공법에 야 ‘드루킹 방지법’ 발의 PK 확전 공세”(경향신문), “민주당 내부 김 의원 거취 충돌설- PK 넘어 지방선거 악영향 우려“(조선일보) 등…
심지어 부산에서 발행하는 부산일보, 국제신문도 여전히 PK라고 표현하고 있다. “‘TK 뺀 15곳’ 노리던 與… 이젠 “PK·충남 걱정되네””(부산일보), “민주 부산시장 후보 오거돈 확정…‘PK 대진표’ 완성”(국제신문).
방송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글표준어와 로마자표기법을 준수해야 할 공영방송 KBS도 “윤곽 드러나는 광역단체장 대진표…서울·PK가 승부처”라는 식으로 뉴스의 제목을 달고 있다. 부산의 대표방송이라는 ‘KNN’도 “2030 청년 PK총선 도전 ‘러시’”라는 식으로 헤드라인으로 PK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공문서와 역, 도시 표기명을 비싼 예산을 지불하고 바꿔 이미 사용하고 있다. 바로 개정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부산국제영화제, PIFF를 BIFF로 바꿀 때는 사회적 논란이 컸었다. 외국인들에게 BIFF 발음이 소고기(BEEF) 발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정리됐다.
실제로 국제신문은 “부산 영화인 헤아리지 못했다…달라진 BIFF 입증 자신”이라는 제목으로 바뀐 로마자 표기법을 준수하는 등 다른 미디어도 이제 BIFF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다. 초기의 혼란을 거치난 뒤 이제 정착된 모습이다.
로마자 표기법은 몇차례에 걸쳐 변천해왔다. 1984년에 1988년 서울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매큔-라이샤워식(MR))으로 일시 변경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컴퓨터 등에 반달표와 어깻점이 쓰기가 어렵고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2000년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이름으로 고시됐다.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충실하였다. ㄱ, ㄷ, ㅂ, ㅈ이 초성으로 쓰일 때에는 위치와 관계없이 G, D, B, J로 표기한다.”
바로 이 원칙을 적용하여 부산의 첫글자를 P에서 B로 바꿔 Busan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부산역 광장에도 크게 Busan Station 으로 간판을 내걸었다. 대구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Taegu가 아닌 Daegu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경남 경북도 더 이상 Kyungnam, Kyungbuk 이 아닌 Gyeongnam, Gyeongbuk 이다.
따라서 미디어가 굳이 TK·PK 같은 표기법에도 어긋나고 사라진 언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DG·BG'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표기법을 준수하는 것이고 그 지역 모든 관공서와 지역민들이 현재 사용하는 언어를 존중하는 것이다. 표기법 어디에도 TK·PK는 예외로 인정한다는 것이 없다.
언어는 사건을 규정한다. 때로는 동질감을 때로는 이질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지역적 분열과 동질감 등을 강화하기도 한다. 정확한 언어사용은 미디어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미디어의 공정성은 정확한 언어, 용어, 표기법 준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언어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약속이다. 죽은 언어, 사라진 언어를 미디어가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표기법 원칙을 깨트리는 것이다. KBS·MBC 등 공영방송부터 이에 앞장 서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도 올바른 로마자 표기법에 앞장 서서 다른 미디어들이 준수하도록 모범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