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가 계열사 대한항공을 통해 고가 해외물품들을 관세없이 반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물품에 ‘회사 용품 특수화물’ 코드를 부여해 화물 운임비를 내지 않고 들여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20XX년 상반기 중 특정 일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가구 등 생활용품이 다수 포함된 무게 100kg 이상의 화물을 사내 용품 코드인 ‘INR(Internal Non Revenue)’을 붙여 국내 반입했다. 해당 항공기는 해외 지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국제선이다.

INR 코드는 사내 물품을 운송할 때 붙이는 것으로, 대한항공 지점 및 부서 간 물품을 주고 받을 때 부여된다. 이 경우 직원들은 따로 운임비를 내지 않는다. 즉, 총수 일가가 사적인 물품을 화물 운임비를 지불하지 않고 반입한 정황이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연합뉴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연합뉴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총수 일가 물건이 반입될 시 대한항공 시설환경부의 구기동 자택관리 직원들이 중형차량에 화물을 싣고 공항을 떠났다.

조 회장 일가의 물품은 KIP(KIP·Koreanair VIP) 등 총수 일가 물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코드가 붙어 특수화물로 관리됐다. 통상 특수화물은 △인화성 물질 등 위험품 △생동물 △중량·대형화물 △해산물·고기 등 부패성 화물 △유해 △외교행낭 △자동차 등으로 항목이 나눠진다.

복수의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와 같이 반입된 총수 일가 물품이 제대로 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반입됐다는 증언을 잇달아 내놨다. 상황을 종합하면 총수 일가는 운임비는 회사 비용으로 대고 관세는 내지 않음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1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5천달러 영수증이 붙은 총수 일가의 크리스찬 디올 드레스가 국내에 밀반입됐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했던 한 파견직원은 지난 18일 SBS 보도를 통해 회장 가족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대기하던 직원들이 즉시 회장 가족의 짐을 가져간다며 정상적인 세관심사를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조씨 회장 일가에게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화물 운송비 대납으로 대한항공에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및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날짜·편명 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확인이 어렵다”며 “KIP는 Korean Important Person으로 대한항공 전 임원들에게 붙인다. 임원들의 사내 물품 운송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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