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MBC 사장이 19일 지난 2012년 MBC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사실상 조작됐다는 MBC 정상화위원회를 ‘조작위원회’라고 비난했다.

MBC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화위)는 지난 18일 보도 자료를 통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재원과 인터뷰이 신원은 불분명한 반면, 표절이 아니라고 인터뷰한 교수들은 보도 내용에서 배제됐다”며 “담당 기자는 첫 보도부터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주도했으며 부장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사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보도한 기자가 전화를 해 ‘(정상화위) 보도 자료 자체가 조작됐다. 그런 취지로 말한 적이 없고 정상적인 절차로 제가 보고해 보도가 이뤄졌다고 말했음에도 그런 자료가 배포돼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사장은 “‘정상화위원회’라는 간판을 내리고 ‘조작위원회’라 함이 어떠한가”라고 비꼰 뒤 “명예 훼손에 무고죄 처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과 관련해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해 12월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과 관련해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김 전 사장과 통화를 했다는 현원섭 MBC 기자에게 ‘정상화위 배포 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느냐’고 확인한 결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 기자는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러 매체 기자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 ‘김장겸이 조작 지시를 했느냐’고 물으며 정상화위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고 하기에 김 전 사장에게 해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기자는 “내가 취재한 아이템에 대해 ‘기사가 되는 것 같다’고 보고했고 편집회의를 거쳐 부장 지시를 받아 제작했다고 정상화위에 소명했다”며 “김장겸 사장의 조작에 따른 지시를 받았다고 인식된 점에 대해 ‘누를 끼쳤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이 조작된 자료를 가져와 제작을 지시하거나 직접적으로 조작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전날 정상화위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상화위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담당 기자(현원섭 기자)는 제작 준비가 미비하고 안철수 후보 반론을 구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보도 연기를 요구했으나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후속 보도에서 반론을 처리하면 된다며 보도를 강행했다”고 쓰여 있다.

현 기자는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는 인터뷰의 경우 초안에는 들어갔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부장 생각에 표절 의혹이 있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캠프 반론이 들어갔으니 같은 내용을 또 교수 입을 빌려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 기사에 녹이자고 해서 빠졌던 것”이라며 “애초 내가 인터뷰를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논문 표절이 아니라는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사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상화위는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제보에 대한 검증 부재 △사실 확인의 오류 △공정성 외면 △취재원 보호 오용 △검증 방식 오류 등의 사유로 MBC 방송강령 및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상화위는 “해당 보도가 2012년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대선 유력 후보에 집중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평소 보도 행태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널리즘의 ABC를 지키지 않은 점으로 보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 기자는 자신의 보도가 사실상 조작됐다는 판단에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 기자는 “조작은 거짓말로 꾸몄다는 것 아닌가”라며 “표절이 아니라는 분들도 ‘(논문에) 유사성이 있지만 용인해야 한다’는 취지이지 ‘(유사성이) 전혀 없다’고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 기자는 “반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든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된 부분(공정성, 객관성, 반론기회 제공 등 준수 의무 위반)을 철저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상화위는 인사위원회에 현 기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당시 정치부장인 김장겸 전 사장의 경우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며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공영방송 MBC 추락을 야기한 책임자로 지목돼 해임됐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김 전 사장 해임안에는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 위반 및 헌법이 보장한 사상과 언론의 자유 훼손 △MBC의 정권 ‘나팔수’화 △부당노동행위 △반민주·분열주의적 리더십을 통한 MBC 경쟁력 하락 등이 해임 사유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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