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환성 독립 PD가 폭로했던 EBS 간접비 등 방송계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EBS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고 박환성·김광일 PD는 EBS 다큐프라임 ‘야수와 방주’ 촬영을 위해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다가 열악한 제작비 탓에 운전기사도 없이 일정을 강행하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방송계 갑질 관행 묵인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EBS가 정부 제작 지원금의 40%를 간접비로 떼어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박 PD가 제기한 민원을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했다”며 “그렇다면 EBS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박 PD가 스스로 우월적 지위의 방송사와 갈등을 자처하며 공정위 제소까지 나섰던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는 간접비 요구를 확인하기 위해 누구를, 어떻게 조사했는지 조사 대상과 시기, 조사 방식과 결과를 상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공정위를 압박했다.

박 PD는 2016년 8월 ‘야수의 방주’ 제작비로 2억1000만 원을 EBS에 요청했으나 EBS는 1억4000만 원만 지원해 그의 제작비는 부족했다. 이에 박 PD는 한 EBS PD 제안으로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에서 정부 제작 지원금을 신청해 1억2000만 원을 받게 됐다.

그러나 EBS는 정부 제작 지원금을 ‘협찬금’이라며 지원금의 40%인 4800만 원을 선납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지난해 5월 이 문제를 공정위에 신고했던 까닭이다. EBS는 박 PD가 담당 PD와 협의하지 않고 RAPA에 지원금을 신청했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 고 박환성 PD 생전 모습. 사진=박환성 페이스북
▲ 고 박환성 PD 생전 모습. 사진=박환성 페이스북

지난 2일 박 PD 유족에 통보된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공정위는 박 PD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EBS가 간접비를 강요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박 PD가 정부 제작 지원금을 받게 된 RAPA와 박 PD간 계약에 따르면, 지식 재산권이 EBS에 있으며 EBS가 박 PD에게 RAPA 협약서상 지식 재산권 관련 내용을 수정·보완할 것을 요청한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연대는 “박 PD가 공정위에 요구한 것은 정부 지원금을 협찬으로 간주해 40%를 간접비로 차감하는 EBS 규정이 타당한 것인가 판단해달라는 것이었지 강요 여부가 아니었다”며 “강요가 없었다면 40% 간접비 요구는 갑질이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공정위 결과는 EBS가 간접비를 요구한 적 없으며 박 PD가 EBS와 계약을 위반했으므로 수정을 요청한 것도 타당하다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모든 게 박 PD 잘못이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갑에게 면죄부를 주고 을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앞뒤가 뒤바뀐 결과”라고 비판한 뒤 “공정위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시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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